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09.11 09:13

[뉴스웍스=김벼리기자] 

# 사하라는 구보의 개인 운영체제(OS). 1년 전 “1인 1비서 시대. 구보 씨는 언제까지 뒤쳐지실 겁니까?”라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구매한 것이다. 20여년전 휴대폰 보급 광풍이 불었을 때처럼 개인비서OS에도 국가 지원금이 대폭 늘어나 큰 부담은 없었다. (1편 '2026년 구보씨의 하루'(上) 중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이 속도를 높이며 개발되고, ‘알파고’ 등 어느 정도의 성취 또한 거두고 있는 가운데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개인비서 운영체계(OS)가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 맞춤형 AI 비서가 끌고 올 미래상은 어떨까. 현황과 전망을 짚어본다.

영화 <그녀>에서 주인공 테오도르가 귀에 꽂은 무선이어폰을 통해 가상비서 사만다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유니버셜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 “가상 비서, 도우미 역할 톡톡히 할 것”…IT기업들, 이미 서비스 여럿 선봬

“금요일 저녁에 뭐하고 노는 게 좋을까?”

“간단히 저녁 드시고 영화 보는 게 어떠세요? 영화 추천해드릴까요?”

위 대화는 사람 간의 대화가 아니라 사람과 가상 컴퓨터 비서와의 의사소통이다. 또한 어느 SF 영화에서 나오는 대사가 아니라 실제로 구글에서 시연한 대화내용이다.

지난 5월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회의 2016’ 기조연설에서 위와 같은 기술을 선보였다. 이른바 ‘구글 어시스트’, 번역하면 구글 비서쯤이 되겠다.

이날 그는 위 대화뿐만 아니라 특정 영화의 감독을 묻는 질문에 구글 어시스트가 데이터검색을 거쳐 정확히 답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한편 이전에도 구글은 가상비서 서비스인 ‘구글 나우’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구글 어시스트의 경우 머신러닝, AI기술을 더해 성능을 강화시켰다는 설명이다. 피차이는 “생활 속 도우미 구실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는 결코 낯설지 않다. 구글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비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은 이미 여러 기업에서 개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시리(Siri),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Cotana), 페이스북의 비서 ‘M’, 아마존 개인비서 ‘알렉사(Alexa)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구글의 경우 가상 대화 친구인 ‘채팅 로봇(챗봇)’을 개발하기도 했다.

아마존이 선보인 알렉사. <사진제공=아마존>

◆ “2020년에는 절반이 가상비서 사용”…“통합성 고려하며 개발해야”

IT 리서치 전문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오는 2020년에는 휴대폰 사용자 2명 중 1명은 앱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대신 ‘가상 개인비서’를 사용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렇다면 이런 가상비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분야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의료분야에서 의사를 돕는 ‘가상 의료비서’를 꼽을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나날이 새롭게 나오는 논문과 신약 등을 모조리 파악하고 환자별로 상태를 고려, 가장 적합한 치료법 및 처방전을 결정할 수 있는 비서가 있다면 의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역할을 바로 가상 의료비서가 수행할 수 있다.

또한 가상 의료비서는 의사가 미처 모르거나 실수한 부분을 바로잡아줄 수도 있다.

실제 IBM은 웰톡(Welltok)과 함께 건강코치 앱 ‘카페웰 컨시어지(CafeWell Concierge)’를 개발한 바 있다. 이 앱은 “이 음식이 나에게 맞는가?” 등 환자의 질문에 맞춤형 답안을 제공해준다.

금융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비 패턴을 분석, 합리적인 소비를 제안하는 식으로 소비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지난달 한 금융기관에서는 비서 서비스를 개발했다.

취미, 자기관리, 노후 준비, 소소한 일상, 데이트 등 개인이 관리하고 싶은 카드 사용 내역을 구분하면 이를 AI 비서가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또한 개인의 소비를 분석, 맞춤형 소비관리 조언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소비 정보를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매달 10일 가장 많은 지출을 한다면, 9일에 경고 미시지를 전송하는 식이다.

한 관계자는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가상비서 서비스를 쏟아낼 것이다. 관건은 통합성이다. 주위에 다양한 사물, 정보 등을 얼마나 가상비서가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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