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안나기자
  • 입력 2016.09.11 11:31

[뉴스웍스=최안나기자] 정부의 은행권 대출 규제 강화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취약계층과 저소득층 가구가 제2금융권에서 돈을 많이 빌리면서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말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269조7723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1444억원 늘었다.

비은행권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은 161조1002억원으로 전체의 59.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은행권의 전체 가계대출 591조8746억원 가운데 기타대출은 167조737억원으로 28.2%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비은행권의 경우 은행권 가계대출과 달리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의 비중이 더욱 높다는 점에 주목할만하다. 기타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마이너스통장 대출과 신용대출 등 나머지 종류의 대출을 모두 합한 것을 말한다. 실질적인 담보가 없고 대출절차가 비교적 손쉬워 가계가 생활비 등이 부족할 때 빌리는 '생계비 대출'로 불리고 있다.

특히 비은행권 가운데 전국 저축은행의 7월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16조6920억원으로 전월보다 5924억원 늘었다. 월간 증가액이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7년 12월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들어 1~7월 저축은행 가계대출은 2조9984억원 늘어 작년 말에 비해 21.9%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을 포함한 전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율(8.5%)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기타대출은 증가 속도에서도 은행권보다 비은행권에서 훨씬 빠르게 늘고 있다.

7월 말 기준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기타대출 잔액은 지난 1월 대비 7.18% 증가해 같은 기간 은행권 기타대출 잔액 증가율(3.5%)을 2배 이상 웃돌았다.

이에따라 정부의 은행권 대출규제 강화로 인해 비은행 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은행보다 훨씬 높은 비은행권의 이자를 감당하면서 돈을 빌려야 할 정도로 생활이 어려운 가계가 많아져 가계부채의 질이 나빠지는 조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 상승, 부동산 가격 하락, 경기 악화 등의 충격이 발생할 경우 자영업자,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대출자들은 빛 상환 부담이 커질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은 측은 "최근 비은행권 가계대출을 살펴보면 대부분 생계형 대출이고 개인사업을 위한 대출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전체적인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 '제2금융권 대출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취약계층에 대한 선제적인 부채 조정과 함께 금리 혜택이나 부채탕감 정책보다 자활 능력배양 및 소득 증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 정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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