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9.12 16:54

추석이후 시장전망 "낙관할 수 없어"

[뉴스웍스=한동수기자] 외국인들이 작심한 듯 12일 코스피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필두로 물량을 쏟아내면서 지수가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000선마저 무너지며 1991.48로 마감했다. 무려 46.39포인트(2.28%)나 급락했다.

외국인들은 이날 최근 갤럭시노트7의 발화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삼성전자 주식을 매물로 쏟아냈다. 외국인들의 이날 삼성전자 순매도물량은 2만3493주, 순매도금액은 약 400억원에 달했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뿐 만아니라 그동안 사두었던 매물을 팔며 코스피에서 총 2181억원 어치를 순매도 했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1368억원과 87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코스피 급락 요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날 코스피 급락에 요인으로 ▲미국 금리 인상 우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사태 ▲외국안 순매도 확대 등을 꼽았다. 세 가지 요인 모두 외국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다. 이에 따라 연휴를 앞두고 이제 하루 남은 주식시장에서 매도 폭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은 변동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추석 연휴를 앞두고 차익실현 심리가 커지는 시점에서 불거진 대내외 악재들은 코스피의 하락 변동성을 자극할 변수"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 부양책을 유보시키면서 촉발된 유럽과 미국 증시의 도미노 하락도 이날 코스피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9일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2.5% 급락하며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투표 충격 이후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시총 1위, 삼성전자 추락 지속될까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6.98%(11만1000원)급락, 146만5000원에 마감했다. 배터리 발화 제보이후 신속하고 의미있는 대응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배터리 불량 제보가 세계 곳곳에서 잇따르자 결국 주가 폭락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같은 삼성전자의 주가 폭락은 3분기는 물론 오는 4분기 실적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상반기 깜짝실적을 달성한데다, 최근 반도체D램가격이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갤럭시노트7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 삼성전자 주가는 200만원을 향해 순항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최근 1년간 삼성전자 주가추이 <자료=한국거래소>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즉각적인 리콜 결정은 신뢰회복에 도움을 줬으나 리콜 기간이 내년 3월까지로 지나치게 긴 점이 문제”라며 “리콜 기간동안 제품에 대한 악성 제보가 잇따를 경우 리콜로 인한 정상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이런식으로 지지부진할 경우 이번 갤럭시노트7사태가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게된다”며 “시장에서 제일 안좋은 것으로 여겨지는 불확실성에 휘말릴 경우 투자확대를 추천하는 전문가들의 수는 줄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삼성전자의 리콜에 따른 비용 부담은 최대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 실적에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갤럭시노트7에 대한 리콜이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고 반도체부문이 순항한다면 주가 회복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달 말까지 주가는 약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단기적 휴대폰 수요를 얼어 붙게 할 수 있지만,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삼성전자가 얼마나 사태 수습을 빠르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내년 초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연휴 이후 시장 전망 "낙관적이지 않아"

이날 코스피 지수 하락의 주요 동인은 외국인들의 순매도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 회수에 나서는 시그널이 정확하게 나타나진 않았으나 연휴 이후 본격화 될 개연성은 적지 않다.

외국인들의 유럽중앙은행에 대한 실망감이 연휴 이후까지 코스피에서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휴가 끝난 직후인 오는 20~21일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린다. 9월 금리 인상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금리 인상 결정이 나올 경우 외국인들의 코스피 탈출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또한 이날 코스피에 막대한 영향을 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사태는 이미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연휴 이후 간단하게 수습될 수 있는 범위를 이미 벗어났다.

3분기 기대를 걸었던 삼성전자의 실적이 전분기 대비 약세가 확실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주식시장은 소비재나 IT관련주들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휴이후 삼성전자와 코스피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개월동안 코스피를 상승으로 이끈 것은 삼성전자의 상승과 외국인들의 순매수 확대였다”며 “이 두가지가 시들해질 경우 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휴이후 미국 금리 동향에 따라 외국인들의 투자방향이 정해질 수 있다”며 “삼성전자 역시 다음달 중순께 발표될 3분기 실적이 주가 향방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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