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효영기자
  • 입력 2015.11.10 08:32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공백 기간이 길어지면서 그룹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2013년 7월 구속된 후 공백 기간이 3년 가까워지는 동안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이 중단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J그룹으로서는 10일 시작되는 대법원의 파기환송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와 CJ그룹에 따르면 회장 부재로 인한 CJ그룹의 투자 감소세는 이 회장이 구속된 2013년 이후 투자 규모를 살펴보면 확연해진다. 꾸준히 투자를 키우며 외식, 문화콘텐츠 사업의 해외 진출을 추진해온 CJ는 2010년 1조3,200억원이던 투자액을 2012년 2조9,0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렸다. 그러다 2013년 당초 3조2,400억원으로 잡혀 있던 그 해 투자계획은 하반기에 이 회장이 구속되면서 20% 줄어든 2조6,000억원만 집행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투자계획도 2013년과 비슷하게 2조4,000억원으로 세웠으나 역시 실제 집행률은 79%에 머물렀다. 올해는 그나마 매년 초 공개하던 투자 및 고용계획 발표도 건너뛰었다.

CJ그룹은 신속한 결정이 어려워지면서 사업 포기도 속출했다. 지난해에는 동부산관광단지에 ‘한국형 유니버설스튜디오’를 만들겠다는 영상 테마파크 사업을 접었다. 또 인천 굴업도 관광단지 내 건설 개발 계획도 포기했다. 특히 이들 사업은 개발을 둘러싸고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와의 갈등이 컸던 만큼 타협과 절충으로 이끌어갈만한 그룹의 구심점, 즉 오너가 없다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오는 2020년까지 매출 25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톱5 물류업체’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세워놓은 CJ대한통운은 글로벌 M&A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지난 2013년 미국 UTI월드와이드에 이어 지난해 싱가포르 최대 물류기업인 APL로지스틱스 인수전에서 잇달아 쓴잔을 마셨다.

잇단 실패 끝에 다행히 최근들어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지난 9월 중국 최대 냉동 물류회사인 롱칭물류를 인수하는 데 성공해 비전 달성의 발판을 마련했다. 여기에다 최근 CJ헬로비전을 SK텔레콤에 매각하면서 핵심 사업인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게 된 동시에 1조원이 넘는 실탄까지 학보할 수 있게 됐다. 올 연말로 예정된 코웨이 인수전에도 CJ의 참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CJ는 이 회장이 건재하던 지난 2010년 오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과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하고 전체 매출의 70%를 해외에서 거두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최근에는 CJ그룹의 문화사업 부문에 총 10조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글로벌 ‘톱10’ 문화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문화사업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대법원의 이번 파기환송 판결로 경영에 복귀할 수 있을지, 또 신속한 성장 전략을 통해 글로벌 CJ의 초석을 다질 수 있게 될지 재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편 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는 이 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10일 오후 4시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재판은 대법원이 지난 9월 이 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한 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이 회장이 배임을 통해 얻은 이득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고 보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 아닌 형법상의 배임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통상 배임죄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보다 형량이 낮은 점을 고려할때 이 회장에 대한 형량은 고법이 내린 징역 3년에 비해 낮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