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9.13 13:56
인천 남항 ICT부두. <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뉴스웍스=한동수기자] 우리나라 수출이 환율하락과 세계 교역량감소로 인해 맥을 못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4분기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찾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맘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진행 중인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진과 오는 28일부터 시행예정인 김영란법 시행 등 내수시장역시 우려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16년 8월 수출입물가지수'를 보면 지난달 수출물가지수는 77.41(2010년 100 기준)로 집계돼 지난 7월(78.89)보다 1.9% 내리며 두 달째 하락했다. 이는 1984년 12월(76.06) 이후 31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지난 8월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영향으로 수출 물가가 지난 1984년 12월이후 31년8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수입물가도 8년11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소폭 반등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영향으로 상쇄되면서 수‧출입물가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물가지수 감소→수출기업 실적 악화

현재 한국은행이 집계하고 있는 수출입물가지수는 2010년의 수출입물가를 100으로 놓고 환율가치를 반영해 산출한다. 즉 2010년에 100달러하는 제품이 올해 100달러에 판매됐다면 수출물가지수는 100이다. 31년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8월 수출물가지수는 77.41이었다. 즉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해 2010년 100달러를 받던 제품을 지난 8월에는 77.41달러에 수출했다는 얘기다.

환율로 인해 수출 물가가 낮아질 경우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수출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 독점 제품일 경우 문제가 없지만 중국, 일본과 가격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우리 제품만 비싸진다면 수출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발생한다. 수입물가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은 우리나라 제품의 주요 수입국들의 경기악화를 야기 시킨다. 세계 교역량 감소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수입물가지수 하락도 반갑지 않은 이유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수입물가지수 하락은 마진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다.

지난달 수입물가지수도 74.44로 전월대비 1.9% 내려가면서 두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수입물가는 2007년 9월(74.17) 이후 8년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자재 수출국들은 우리나라 제품의 주요 수입국들이다. 산유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의 경기 악화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제품을 수입해 줄 국가들이 줄어들거나 수입량 감소로 이어진다. 결국 우리나라 수출 부진과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의 주요 원인이다. 최근 LG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올 하반기 역시 세계 교역량은 전년비 상승폭이 크게 감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교역량 0%대 성장률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세계 교역량(수출+수입)은 전년비 2.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상승폭이 0.8%로 떨어졌고, 올해 들어 1~5월까지 교역량 증가율은 전년보다 0.2% 늘어나는데 그쳤다.

○. 세계교역량, 한국 수출량 비교 
 

<그래픽제공=LG경제연구원>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교역량 감소는 수출감소와 직결된다.

우리나라 교역량은 2015년 상반기에 전년대비 2.8%의 성장률을 보였으나, 하반기에는 2.2% 올 들어 1~5월 증가율은 전년비 0.9%로 감소했다. 세계 교역량 감소와 같은 패턴을 그리고 있다. 이렇게 이 기간 교역량은 줄어들었으나 수출단가도 함께 낮아진 셈이다.

4분기 환율 안정세 회복할 듯...구조조정 여진은 대비해야

지난달 원‧달러 환율 평균은 1111.68원이었다. 지난달에는 달러당 1110원대가 여러차례 붕괴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원‧달러화 하락(원화 강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올 하반기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으며 4년에 한번있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이 강달러 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내 증시에는 불안요인이 되겠지만, 수출 기업들에게는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급격한 원화 가치 상승으로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이 예상된다”며 “하지만 미국의 강(强)달러 기조 유지, 미국 대선 등의 이벤트가 남아 있어 원달러 환율의 추세적 하락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휴이후 올 4분기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환율에 따른 수출물가 하락보다 현재 진행 중인 조선과 해운업의 구조조정 여파와 김영란법에 따른 내수침체 파고”라며 “환율이 안정을 찾더라도 국내 변수들로 인해 수출에서 잃은 실적을 회복하기가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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