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09.19 08:12

[뉴스웍스=김벼리기자] 

# ‘육개장’을 터치하자 잠잠했던 주방이 요란스러워진다. 늦은 점심 식사라 사람이라고는 구보와 K 둘뿐이다. 서빙 로봇이 기계음을 내며 갖가지 반찬을 식탁 위에 얹는다. (1편 '2026년 구보씨의 하루'(中) 중에서)

“직원 시급을 올려줄 바에야 로봇을 쓰겠다.”

지난 5월 에드 렌시 전 맥도날드 CEO가 한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이는 단지 렌시만의 독특한 발상이 아니었다. 실제로 최근 여러 영역에서는 다방면으로 로봇이 인력을 대체해 나가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4차산업 혁명의 기류와 함께 로봇기술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과 맞물려 그 영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로봇 기술의 발달은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1년에 판매되는 산업용 로봇, 25만대…로봇은 ‘대체재’

기본적으로 로봇은 인간 노동력의 대체재로서 투입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아디다스와 폭스콘이 대표적이다.

아디다스는 내년부터 아시아 지역을 떠나 본거지인 독일로 생산시설을 옮기겠다는 선언을 한 바 있다. 지난 1993년 동남아 등 저임금지역으로 운동화 생산기지를 이전한 지 24년 만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독일에서 고용을 늘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아디다스는 독일서 마련한 공장에서 로봇으로 운동화를 생산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아이폰 조립생산업체 폭스콘도 마찬가지다. 폭스콘은 최근 직원 6만명을 잘랐다. 그만큼의 노동력은 아디다스와 마찬가지로 로봇이 대체할 것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처음 산업용 로봇이 도입된 1960년대부터 2011년까지 산업용 로봇의 총 판매량은 231만대였다. 1년에 4만대를 조금 넘게 판 셈인데 현재는 1년에 25만대를 판매하고 있다.

한편 최근 들어 이런 대체재로서의 로봇 투입이 본격화하고 있는 영역은 서비스업이다. 주문·배달 등 서비스업무를 로봇이 전담하고, 해당 로봇을 관리할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는 추세다.

샌프란시스코 패스트푸드점 '잇사(Eatsa)' 매장에는 종업원이 단 1명이다. 그마저도 ‘이용 방법 안내’ 역할을 맡고 있을 따름이다. 주문은 손님이 태블릿PC로 직접 주문해야 한다. 나온 요리는 직접 찾아 먹는다.

'파네라(Panera)' 역시 아이패드 스타일 자동 주문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칼스주니어(Carl’s Jr.)'와 '하디스'도 지난 3월 자동 주문 기계를 설치했으며 '웬디스'는 올 말까지 셀프서비스 주문을 전면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어떻게든 인간의 몫은 남아…로봇은 ‘보완재’

반면 로봇이 인간 노동력의 보완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선 로봇은 인간 없이는 그 쓸모를 잃는다는 주장이다. 로봇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알고리즘에 따라 결과물을 내놓는 로봇에게 알고리즘을 벗어나는 상황이 주어진다면 그 로봇은 해당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로봇 어드바이저는 데이터분석, 정보 제공 측면에 있어서는 인간보다 뛰어날 수는 있지만 해당 업계의 ‘불규칙성’이라는 특성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로봇 저널리즘도 마찬가지다. 로봇 기자는 ‘팩트’를 있는 그대로, 최대한 빠르게 전달하는 데 있어서는 그 어떤 인간 기자보다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사에서 팩트, 그리고 신속성이 전부는 아니다.

따라서 결국 ‘좋은’ 기사, 양질의 서비스는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관련 전문가는 “로봇이 결국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어느 정도 동의한다”면서도 “로봇은 궁극적으로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를 보완해 사회 전체의 후생을 증진시킬 것이다. 언제까지고 로봇을 인간의 대척점에 둬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얼마 전 버클리 대학에서 개발한 ‘뉴럴 더스트(Nueral Dust)’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모래 알갱이만한 센서인데 사람 체내에 이식하면 실시간으로 근육과 생체기관을 감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질병을 치료한다. 이런 로봇의 명백한 이점을 놔두고 단지 거부하는 것은 100원 갖자고 1000원 버리는 셈이다. 다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있으므로 앞으로 교육 등 각 분야에서는 이를 살릴 수 있는 방향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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