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9.19 14:29

산업은행 무용론도 제기...비금융자산 매각부터 서둘러야

[뉴스웍스=한동수기자]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회장이 19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강 전 회장은 기획재정부장관 출신으로 관례를 볼 때 걸맞지 않는 자리에 앉았으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부실 지원 책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산업은행장의 수난사(?)는 강 전 회장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정권의 입맛에 맞게 금융지원을 결정한 역대 산업은행장들은 줄줄이 불명예 퇴진과 사법처리 대상에 올랐다.

산업은행장들의 이 같은 행보는 ▲전문성 보다는 정권의 눈높이에 맞춘 낙하산 인사 ▲비대해진 산업은행의 비금융보유자산이 주요 동인이 되고 있다.

산은 수장...정권 바뀔때마다 검찰 드나들고 구설수 올라

-강만수 (2011~2013년), 정권 실세로서 압력행사 혐의

강 전 회장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혐의 내용은 다른 산업은행장들과는 다르다. 권력형 비리에 가깝다. 정권의 시녀로서, 지시에 따라 움직이다 비리 혐의가 포착된 것이 아니다.

강 전 회장은 정권의 실세로서 대우조선해양과 조세심판원 등에 권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강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산업은행장 겸임인 산은지주 회장에 임명됐다. 강 전 회장은 취임이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했다. 관례상 차관급 출신이 산업은행장에 임명됐던 과거 사례를 볼 때 파격 인사였다. 당시 현직 대통령의 측근이자 장관 출신이었던 강 전 회장의 파워는 여느때보다도 쎘다는 것이 금융권의 전언이다.

강 전 회장은 현재 대우조선해양에 압력을 행사해 지인이 운영하는 바이오에너지 개발업체에 44억원을 투자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조세심판원에 압력을 행사해 위스키제조업체에 부과된 추징금을 줄여준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강 전 행장은 이날 검찰에 출두하면서 “조국을 위해 평생 일해오면서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홍기택(2013~2016년), 서별관회의 폭로, AIIB부총재 휴직 중 행불상태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산은지주회장에 올랐다. 홍 전 회장은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힘찬경제추진단’ 위원으로 활동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분과에서도 활동했다.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였다. 홍 전 회장 재임시기였던 지난 2015년 산업은행의 순손실액은 1조8951억원에 달했다. 동부그룹 구조조정 시기를 놓쳤고 대우조선해양에 무리한 지원으로 오히려 부실만 키웠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궁지에 몰린 홍 전 회장은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부총재 취임이후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중요 구조조정 지원방안이 논의됐다고 폭로했다. 이후 AIIB 부총재직을 휴직한 후 돌연 사라졌다. 최근 열린 국회 청문회에는 출석하지 않고 주소지에도 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말 벌어진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의 지원 근거를 그가 설명해야 하지만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민유성(2008~2011년), 리먼브라더스 인수 시도...정치권 질타에 임기 중 물러나

이명박 정부의 신데렐라다. 그가 지주사로 변신을 준비중이던 산업은행의 수장에 임명될 것으로 예측했던 이는 없었다. 리먼브라더스 서울지점장에서 자산 수십조원의 산업은행 총재로 전격 발탁됐다. 그는 산업은행을 지주사 체제로 바꾸고 임기 중 총재에서 지주사 회장으로 명함을 바꿨다. 2008년 전 세계 금융위기의 주범인 미국의 리먼브라더스를 파산직전 인수하려고 시도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국 2011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과 연루된 언론과 홍보대행사 커넥션에도 연루돼 있는 상황이다.

-김창록(2005~2008년), 정건용(2001~2003)...정권 비리 사건 연루, 검찰 수사받아

참여정부 시절 김창록(사진)총재는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청탁을 받아 신정아 씨가 일하던 성곡미술관에 산은이 뇌물성 후원금을 내도록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국민의정부 시절 정건용 전 총재는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 김재록씨 대검 로비사건에 연루돼 검찰조사를 받아야 했다. 이들모두 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실세들이 연루된 비리 혐의에 빠지지 않고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근영(1998~2000년)...대북송금 관련 징역형 선고

이근영 전 총재는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후 산업은행 총재에 취임했다. 현대상선을 통해 4000억원을 불법대출, 대북송금사건의 발단을 제공했다. 결국 특검수사를 통해 이 전 총재는 징역형(집행유예)을 선고 받았다. 산업은행 수장은 이처럼 정권이 바뀔때마다 정권이 낙하산을 태워 내려보내면 정권의 입맛에 맞는 행위를 하다 불명예를 짊어지는 자리로 전락해 버렸다.

낙하산 인사부터 뿌리뽑아야

전후(戰後)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금융지원기관으로 탄생한 산업은행에 대한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비대해진 자산을 전문 금융인이 아닌 정권과 가까운 실세들이 맡으면서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이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해왔다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54년 출범한 산업은행의 역대 수장들 가운데 내부 출신은 반세기 넘는 기간 동안 단 세 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정권의 낙하산 인사의 전유물이된 산업은행 수장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않고 정권의 요구에 ‘No’라고 대답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오히려 홍 전 회장이 보여줬듯이 정권이 시키는대로 했는데 억울하다는 항변은 조직의 위상마저 흔들리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제기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다. 현 이동걸 산은지주회장은 지난 대선 당시 영남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박근혜 후보에 대한 금융인 지지선언을 주도했었다.

비대해진 비금융자산 매각해야

이날 검찰에 소환된 강 전 회장의 경우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부실기업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주요 혐의 내용이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써 기업 구조조정의 주요 채권은행이다보니, 비금융자산규모다 1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지분 5% 이상 출자한 비금융사는 377개(출자전환 34개, 중소·벤처투자 등 343개)로 장부가 기준 9조3,000억 원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처럼 부실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진 기업들도 있어 매각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동걸 회장 취임이후 산업은행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우조선해양, 한국지엠, 아진피앤피, 원일티엔아이 등을 우선 매각 기업으로 공표한바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기업은 아직까지 한 군데도 없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비대해진 산업은행의 비금융자산은 또 다른 비리를 낳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불필요한 비금융자산을 줄여 조직을 슬림화하고, 낙하산 인사를 근절한 후 금융회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부실규모를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