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9.20 15:23

성과연봉제 반대..."파업보다 객관적 근무평가기준 마련 우선돼야"

<사진=MBC영상캡쳐>

[뉴스웍스=한동수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노동계가 오는 22일부터 릴레이 파업에 돌입한다.

이번 파업은 22년만에 철도와 지하철노조가 공동으로 파업에 참가하고 조합원수가 10만명에 달하는 금융노조도 23일 파업을 선언했다.

병원과 가스 등 국민 생활과 맞닿아있는 분야의 노조원들도 대거 파업 대열에 참여의사를 밝혔다. 국민생활과 밀점한 공공기관과 시설이 마비되기 직전이다. 이번 파업의 핵심 이슈는 정부가 내년부터 확대 시행에 들어갈 예정인 '성과연봉제' 도입 때문이다.

성과연봉제란

입사 선후배,직급과 상관없이 능력에 따라 급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기존 호봉제와 가장 큰 차이다. 해마다 일정한 시기에 개인별 성과를 평가하고 차등을 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개혁의 상징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발표하고 30개 공기업에 대해 6월말까지, 90개 준정부기관에 대해선 12월말까지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지난 6월10일 기재부는 공기업 30곳과 준정부기관 90곳 등 120개 공공기관이 모두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마쳤다고 밝혔다.

공공‧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반대이유는

공공노련은 20일 "정부가 추진하는 성과연봉제는 모든 노동자를 '쉬운 해고'로 내몰고 임금 수준마저 삭감하려는 '성과퇴출제'에 불과하다"고 반대 입장을 설명했다.

민노총 남정수 대변인도 "노조 반대에도 이사회 결의만으로 일방적으로 도입하는 성과연봉제는 현행법상으로도 불법"이라며 "공공성을 우선해야 할 금융·공공기관에 성과 지상주의를 도입하는 것을 절대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원들 모두가 반대하는 것만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성과연봉제의 필요성이나 효율성에 대해 찬성의 뜻을 나타내는 이도 있다.

금융노조의 한 노조원은 “성과연봉제가 제대로 시행되었을 때의 이익은 클 것”이라며 “정부 말대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의 지출을 줄여 청년고용을 늘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데 동의한다”며 “중요한 것은 평가방식인데 이에 대한 노사는 물론 정부와 사측조차 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노조원이 말한 부분에서 정부와 노조간 오해가 싹트고 있다.

평행선 달리는 정부와 노조 입장

-정부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관하는 기획재정부의 제도기획과 김의영 사무관은 기획재정부 홈페이지를 통해 ‘성과연봉제’에 대한 노조의 우려를 기우에 불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사무관은 특히 공공기관에 도입을 위해 평가기준 개발에 많은 애를 썼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기업은 창출된 이윤을 바탕으로 성과를 계량화 할 수 있지만 , 공공기관은 기본적으로 공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계량화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성과를 계량화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는데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관은 또 “이러한 기준을 마련하기위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외부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하는 등의 노력이 이루어져야 하며 평가 후에도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절차 등을 마련,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관의 설명만 들으면 완벽하게 준비가 된 듯 하지만 노조의 입장은 다르다.

오는 23일 총파업 돌입을 선언한 금융노조는 지난달 27일 리얼미터를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대(對)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지난 19일 발표했다.

-금융노조가 실시한 여론조사

국민의 61%는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에 대해 근로자와 충분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67%는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노조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바에 따르면 “금융·공공기관을 비롯한 한국 산업 전반에 개인별 ‘성과연봉제’를 확대·도입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1%는 ‘근로자들과 충분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나 사용자 주도로 가능하면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14.3%에 불과했다.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에 대한 부정적 의견인 ‘근로자와 충분한 협의 선행 또는 도입 반대(근로자와 충분한 협의 선행 61%, 도입 반대 13%)’가 74%로, 긍정적 의견인 ‘정부·사용자 주도 신속한 도입(14.3%)’보다 무려 5배 이상 높게 나타난 것이다.

또 소통부족

성과연봉제가 우리보다 잘 사는 선진국에서 일반화돼있고, 경영 효율성면에서 효과가 입증된 제도라면 시행해도 큰 무리는 없어보인다. 그러나 노조가 반대하고 있는 것은 무리한 성과 지상주의 도입에 따른 폐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금융노조의 주장을 살펴보면 예컨대 금융권의 성과연봉 평가기준인 KPI에 ▲펀드판매건수 ▲적금가입건수 ▲대출계약 규모 등은 반영되는 반면, 대출이후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관리나 신용평가 등은 제외된다.

금융노조는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대출규모나 적금가입 건수 등은 은행원들의 근무지역이나 직급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대출이후 지속적인 신용관리는 은행원 개개인의 노력의 산물인데 사후 관리는 평가기준에서 빠져있고 매출 성과에만 집착한 은행원 능력평가가 문제이다”라고.

이처럼 정부가 공공기관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개혁’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앞세운 ‘성과연봉제’도입에 대한 파업의 근본적 원인은 소통부족이다. 정부와 사측조차 제대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되고 있는 ‘성과연봉제’가 문제다. 보다 객관적이고 노조원들이 고개를 끄떡일수 있는 성과연봉제를 위한 ‘능력평가’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정부와 노사간 협상이 파업보다 선행된다면 경영 효율성을 담보한 ‘성과연봉제’가 자리잡을 수 있다.

결국 파업

20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산하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공공노련)은 22일 서울역 앞에서 정부의 ‘성과연봉제’ 추진 반대를 위한 대규모 집회를 1만여명 규모로 열 계획이다.

23일에는 조합원 수가 10만명에 달하는 금융노련이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집결, 총파업을 벌인다. 금융노조는 고객에게 파업 사전 안내문을 공지하고, 성과연봉제 강행 시 2차·3차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파업은 노조원 95.7%의 찬성으로 가결돼 금융권 업무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7일에는 철도노조와 지하철노조가 22년 만에 공동파업에 나선다. 27일 파업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건강보험·국민연금·가스·서울대병원·경북대병원 등도 참여를 예고했다.

28일에는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산하 경희의료원, 한양대의료원, 이화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근로복지공단 등 51개 사업장 1만 4천여명이 가세할 예정인 탓에 그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9일에는 민노총과 한노총이 연대해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6만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총파업 집회를 개최한다.

노조 "파업강행" VS 정부 "법에 따라 엄단...국민 피해만 '눈덩이'

정부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성과연봉제 확대시행을 추진 중이다. 성과연봉제 실시에 대해 공공노조와 금융노조가 반대하는 것만은 아니다. 원활한 소통을 통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근무평가 기준이 마련된다면 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할 수 있는 명분이 사그라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소통을 시도조차 하지않고 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시스템에 파업으로 맞불을 놓는 노조의 행동도 변화돼야 한다. 노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국민 생활에 피해로 이어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오는 22일부터 서울역과 상암동 일대 교통이 대규모 노조 시위로 마비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은행, 병원, 철도와 지하철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소통부재로 인해 오는 22일부터 벌어질 예정인 노조원들의 파업과 이에 대한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대응은 국민 생활의 불편은 물론 엄청난 사회적 비용만 낭비하고 무의미하게 끝날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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