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09.25 09:13

[뉴스웍스=김벼리기자]

# 구보의 생활패턴이 담긴 데이터를 살피며 의사는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이렇게 생활하면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어요. 아직 어디 몸이 아프다거나 별다른 증상이 나타난 건 아니니까 오늘은 간단한 검사 정도만 해봅시다.”(1편 '2026년 구보씨의 하루'(中) 중에서)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발전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추후 정보통신기술(ICT)와 의료의 융합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서울대학교치과병원에서 열린 ‘제1차 미래보건의료포럼’에서 오상우 동국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의료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며 이렇게 밝혔다.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미래 의료계의 모습은 어떨까.

◆ PCEHR·포켓닥터 등…ICT-의료 연계 서비스 뭐있나

이미 전 세계적으로 IoT, 빅데이터, ICT에 기반을 둔 의료 서비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우선 개인들의 건강상황을 수시로 기록, 진찰시 의료진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있다.

대표적으로 호주는 지난 2012년부터 PCEHR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역에서 개인이 전자건강기록 공유시스템에 접속해 개인정보의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의무기록을 습득하는 데 드는 시간을 줄이고 중복검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했다.

또한 환자와 의료진이 직접 대면하지 않고 원거리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원격의료 서비스’가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4월 ‘포켓닥터’ 서비스를 개시한 바 있다. 휴대전화나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원격의료 서비스다. 영상통화로 환자가 환부 등을 보여주면 의사는 이를 두고 진료, 처방을 내리는 식이다. 다양한 사회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편의점형 초대형 약국 체인 월그린스는도 지난 19일부터 미국 전역에서 온라인 피부과 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환자들이 월그린스 홈페이지 중 '스킨케어' 섹션에 개인 계정으로 질문과 함께 피부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전문가가 문제를 진단해 처방해주거나 처방전이 필요 없는 약품 또는 치료법을 문서로 작성해 알려주는 서비스다.

윌그린스측은 "사소한 피부 이상 때문에 예약하고 병원을 찾는 번거로움을 덜어줄 수 있다"며 취지를 밝혔다.

포켓닥터 설명 자료

◆ ‘개인정보 침해’ 등 여러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

반면 이런 ICT 기반 의료 서비스에 보내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환자의 개인정보 관리 문제가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의료계에서도 정보통신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원격의료 때 발생하는 개인정보 보안 취약성 등 해결방안에 대책변화가 없이 강행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또한 원격진료를 둘러싸고도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원격진료에 따른 국민건강보험 수가 제정되지 않았으며, 원격진료 디바이스 호환성이 부재하고, 원격진료 요청과 청구과정이 까다롭다는 점을 들며 원격진료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런 우려를 인식, 앞으로 의료계·학계·산업계 간 긴밀한 협업과 소통을 주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제1차 미래보건의료포럼’에서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은 “보건의료에 ICT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의료계, 관련 전문가 등과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며 “각 분야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미래의료 중장기 마스터플랜이 도출되면 서로가 협력해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아무리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빅데이터, ICT, IoT 등의 역할이 전 분야에서 커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의료계에서 결국 모든 것의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은 의료인, 그러니까 사람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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