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09.26 18:36

[뉴스웍스=김벼리기자] 한국 국민의 은퇴준비 현황이 다소 미흡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발간한 ‘한국인의 은퇴준비 2016’에 따르면 비은퇴자를 대상으로 ‘은퇴준비지수’를 산출한 결과 평균 점수 56점으로 '위험'(0~50점 미만) 수준이 나왔다. 영역별로는 ▲관계 58점 ▲재무 57점 ▲건강 55점 ▲활동 50점 순이었다. 전 영역에서 모두 '주의' 단계가 나온 셈이다.

은퇴백서는 한국 국민의 은퇴준비 현황 및 인식, 은퇴 후 생활모습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 분석한 백서다. 지난 2012년부터 격년마다 발간, 올해로 세 번째다. 25~74세 총 2271명(비은퇴자 1,771명, 은퇴자 500명)을 대상으로 ▲재무(안정된 삶) ▲건강(건강한 삶) ▲활동(활기찬 삶) ▲관계(어울리는 삶) 등 4가지 영역에 걸쳐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만든다. 그중 은퇴준비지수는 ▲'위험'(0~50점 미만) ▲'주의'(50~70점 미만) ▲'양호' (70∼100점) 등으로 구분한다.

◆ 재무영역…‘은퇴 후 경제적 상황에 만족한다’ 33%

백서에 따르면 비은퇴자들은 은퇴 후 최소 생활비로 월 평균 193만원, 경제적으로 부족하지 않는 생활을 위해서는 월 평균 288만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은퇴가구의 생활비는 비은퇴자의 최소 생활비 기대 수준인 월 평균 190만원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50대 은퇴가구의 월 생활비는 225만원이었지만 60대 은퇴가구는 179만원, 70대는 145만원이었다. 연령대가 낮은 은퇴가구 일수록 자녀교육 등으로 생활비를 많이 지출하는 셈이다.

따라서 은퇴 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서는 은퇴 이전부터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비은퇴자가 은퇴를 대비해 정기적으로 저축을 하는 비율은 49%에 불과했고 가구당 저축액도 월 평균 53만원에 그쳤다.

특히 비은퇴 가구의 12%가 3층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중 어떤 연금에도 가입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실제로 은퇴자 중 은퇴 후 생활비 부족을 경험한 비율은 35%에 달했으며 은퇴가구 10가구 중 2가구가 평균 6500만원의 부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활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경제적 상황에 만족하는 은퇴가구는 33%에 불과한 것. 은퇴가구의 36%는 노후생활에 필요한 보유 자금이 부족하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 건강영역…노후 의료비 예상치, 실제 지출액보다 60만원 낮아

비은퇴자들 대다수는 예상 노후 의료비를 연간 300만원 미만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 65세 이상 월 평균 진료비는 연간 360만원 이상이었다. 노후 의료비를 실제 금액보다 적게 예상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응답자의 84%는 1개 이상의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며 젊을수록 암보험, 나이가 들수록 장기간병보험 가입을 희망했다.

특히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건강준비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비율은 높아졌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대비하는 움직임은 덜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후 간병 리스크 계획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에 채 미치지 못한 것이다.

◆ 활동영역…은퇴자 57% “은퇴했지만 일 하고 싶어”

비은퇴자 10명 중 8~9명은 퇴직 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은 것으로 드러났다. 은퇴 후 즐기고 싶은 여가 활동으로는 ▲여행 ▲취미생활 ▲운동 및 건강관리 등이 꼽혔다.

한편 은퇴자들 중에서는 ‘은퇴 후 계속 일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57%였다. 일하고 싶어하는 이유로는 ▲생활비 마련 및 생계 유지(42%)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24%) 순으로 응답했다.

이들이 은퇴 후 주로 하는 여가활동은 '친목모임'이었다. 반면 자기계발이나 봉사활동은 거의 하지 않고 있었다. 은퇴자 대부분이 단조로운 여가 활동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백서는 “은퇴 이전부터 소득 증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제2의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여행 등 일회성 여가 활동 대신 다채로운 여가활동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관계영역…“부부 파트너십 강화 가장 중요”

관계 영역에서는 은퇴 후 가장 중요한 동반자 관계인 부부 관계 확립을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적은 연령대는 사회활동이 가장 활발한 40대였다. 또한 부부 사이의 친밀감과 결혼생활 만족도도 가장 낮았다.

부부 중 하루 1시간 이상의 대화를 갖는 비율에서 20~30대는 33%였지만 40대는 23%로 가장 낮았다. 60~70대도 23%에 불과했다. 주 1회 이상의 동반외출 비율에서도 20~30대는 44%인 반면 60~70대는 13%에 그쳤다.

그런데 은퇴자의 경우 부부가 은퇴 전부터 노후를 함께 준비할수록 결혼생활 만족도와 함께 은퇴 후 함께 하는 시간도 긴 것을 밝혀졌다.

실제로 대화를 많이 하는 부부 중 61%는 은퇴 후 결혼생활이 행복하다고 답한 반면 그렇지 않은 부부는 45%에 불과했다. 또한 부부동반 외출 빈도를 묻는 질문에도 ‘주 1회 이상 한다’고 답한 부부와 그렇지 않은 부부가 각각 32%와 17%로 집계됐다.

윤원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발간된 은퇴 백서인 ‘한국인의 은퇴준비 2016’은 우리나라 국민의 은퇴준비 현황과 은퇴 후 생활을 비교 분석해 은퇴 준비에 관한 대안을 제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후 준비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실제 노후준비에 대한 실행은 매우 미흡하다. 특히 노후 준비는 단시간에 준비하기 어려운 만큼 경제 활동기부터 준비가 필요하며 은퇴 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건강, 일과 여가, 타인과의 관계 등 여러 사항을 염두에 두고 은퇴 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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