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9.27 17:54

[뉴스웍스=한동수기자] 산업계가 ‘리콜’에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 경기둔화와 저유가로 촉발된 세계 교역량 감소로 수출과 내수 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산업계에 ‘리콜 사태’가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본격화된 리콜 파문에 휩싸인 기업들은 국내 산업계의 맏형격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물론 한국타이어 미쉐리코리아 등이 대거 포함돼 있다.

리콜은 불량제품에 대한 교환 또는 수리를 의미한다. 기업이 품질경영에 대한 의지를 평가하는 주요기준이 되기도 한다. 리콜을 안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첨단 산업화하면서 불량률 제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중요한 것은 리콜의 타이밍이다. 경영학 교과서에는 리콜에 대한 판단은 빠르면 빠를수록 옳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리콜 타이밍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금전적 손실 때문이다. 특히 제품시판 후 손익분기점을 넘긴 제품보다는 신제품에 불량률이 높기 때문에 기업의 손실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신제품의 경우 연구개발비용을 제품 판매로 회복할새도 없이 불량품이 발견됐다면 기업입장에서 피해 규모가 더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리콜 손실액 1조~1조5000억

지난달 19일 전세계 동시 판매에 돌입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은 판매 일주일만에 배터리 화재사고가 문제가됐다. 불량품 제보 후 지난 지난달 29일부터 판매중지에 들어간 삼성전자는 이달 초 전격적으로 모든 판매 제품에 대해 교환 리콜 결정을 내렸다.

이미 갤럭시노트7 40만대가 판매된 시점이었다. 리콜 비용은 최고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품질과 브랜드이미지 확보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원‧달러환율 상승과 갤럭시S7의 판매 호조로 분기 순이익 8조원대를 회복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 3분기부터는 주력제품인 반도체D램가격 상승세로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갤럭시노트7 리콜사태로 올 3분기 실적 추정치는 6조원대 후반에서 7조원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당초 예상치에서 1조원이 증발한 것이다. 이와 함께 삼성 스마트폰에 대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비용은 추가로 산정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리콜사태로 내년 상반기까지 감당해야 할 총 비용이 적어도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심상찮은 현대차 '리콜 파문'

현대차 리콜 파문이 심상치 않다. 발단은 현대차에서 25년째 근무하고 있는 현직 K부장이다. 품질관리부문에서 일하는 K부장은 최근 현대차가 안전관련 제작 결함을 확인하고도 은폐했다고 현대차와 송사가 진행 중인 자동차정비관련 박명일 명장에게 전달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23일 경향신문과 시사저널 등을 통해 보도됐다.

내용은 현대차가 에어백은 물론 엔진소음과 꺼짐 현상에 대해 결함사항을 발견하고도 리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차종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는 리콜 조치를 취했으나 국내에서는 리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27일에는 현대차 내부고발자 현직 부장이 연합뉴스TV와 인터뷰를 통해 현대차가 생산한 시내버스납품 차량의 냉각기 구동벨트에 문제가 있다고 폭로했다.

현대차는 이에 대한 정밀 조사후 공식발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미국이다. K부장은 미국 교통당국에 현대차를 고발했다. 미국 법원의 판단에 따라 현대차의 리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K부장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 고발한 것은 미국 법원의 보상금제도도 한 몫했다. 업체에 벌금이 부과될 경우 30%는 고발자에게 돌아간다. 만약 현대차가 1000억원가량의 벌금을 물게될 상황이된다면 고발자는 300억원을 보상금으로 받게된다.

K부장이 박 명장에게 넘긴 내부 문건은 여행가방으로 한가득이었다고 한다.

지난 2009년 일본의 도요타는 렉서스의 가속기기 및 브레이크 결함을 은폐하고 운전석 바닥 시트의 문제로 넘어가려다 미국 법원 재판에서 패소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세계 시장에서 1000만대 정도 리콜을 단행했다. 판매량 세계 1위였던 도요타는 이후 3위로 내려 앉았다.

한국타이어, 고자세 리콜대응...소비자 불만커져

찢어짐 현상에도 리콜 ‘NO'. 한국타이어가 타이어가 찢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제보에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최근 일부 자동차 동호회를 중심으로 한국타이어의 주력 제품인 'S1 노블2'에서 청킹 현상이 일어나 교환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S1 노블2'는 리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만 타이어 뜯김 현상이 일어나는 제품은 확인 뒤 교환을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청킹 현상으로 'S1 노블2'를 교체 받은 한 소비자는 27일 YTN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소비자에게 문제점을 직접 알리지 않고 소비자 스스로 알아야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아직까지 동일제품에 대한 리콜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신제품 교체주기 늦춰야

리콜은 기업 입장에서 막대한 비용부담이 따르는 골칫거리다. 그러나 돈으로 쉽게 살 수 없는 신뢰를 잃지 않으려면 과감한 리콜결정은 필수다.

리콜이 최근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신제품 교체주기가 점차 빨라지면서 연구개발에 필요한 시간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리콜 발생 제품을 보면 대부분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제품인 경우가 많다”며 “시장 선점 전략보다 불량품 축소에 나서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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