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9.29 16:30

(3) 후퇴도 작전이다-3

> 후퇴의 형국에 들어서면 적에게 쫓기는 상황이서 당황스럽다. 그러나 이 또한 오랜 훈련을 통해 배우며 익혀야 하는 과정이다. 지휘관은 당황스럽더라도 스스로를 잘 눌러야 한다. 지휘관이 흔들릴 경우 싸움터에서는 아주 불길한 상황을 맞는다. 대열이 흐트러져 분산(分散)의 경우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휘관은 냉정함과 함께 불안감을 누르는 극기의 능력도 갖춰야 한다. 흔들리는 전선의 대오를 곧추 잡기 위해서는 부대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늘 필요하다. 1950년 12월 중공군 3차 공세에 밀려 평양과 황해도를 거쳐 임진강 일대로 후퇴하던 무렵의 한국군 1사단장 백선엽 준장(왼쪽)이 부대원들을 모아놓고 연설하는 장면이다. 사단장의 훈시를 듣는 1사단 장병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넘쳐난다.  

 

> 후퇴는 질서를 유지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체계적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무질서는 혼란을 빚고, 후퇴 대열에 오른 사람들의 불안감을 마구 부추긴다. 후퇴 또한 작전의 일환이어서 역시 상당한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군의 기습적인 남침, 중공군의 참전에 따른 후퇴를 맞은 한국군에게는 그런 훈련의 과정이 거의 없었다. 따라서 국군의 후퇴 대열은 대개가 어지러웠다. 사진은 미군의 통제에 따라 남쪽을 향해 후퇴하는 국군 1사단 트럭 대열이다. 

 

> 1950년 12월 중공군 3차 공세에 밀릴 때 백선엽 국군 1사단장에게는 말라리아가 도졌다. 전쟁의 고비 때마다 자주 찾아오는 질병이었다. 좀체 낫지 않는 질환이기도 했다. 더구나 후퇴의 상황이었다. 임진강 근처 파주로 병력을 후퇴시킨 뒤 임시 사령부 건물에서 찍은 사진이다. 오른쪽에서 둘째가 백선엽 사단장, 셋째가 당시 한국은행 이사이자 나중에 한국일보를 창간한 장기영씨다. 이들은 전선의 장병들을 위문하기 위해 김장으로 담근 김치 두 독 분량을 임진강의 1사단 장병에게 건넨 뒤 사단장과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전쟁 또한 삶의 한 부분이었다. 말라리아를 앓고 있던 백 사단장의 표정이 수척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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