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9.30 16:39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린 잠실의 종합운동장 메인스타디움 외관이다.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 역의 이름은 이로써 만들어졌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이 지어지면서 붙은 역명이다. 한국 최초의 올림픽이었으니, 당시 그 장면을 직접 목격했던 세대의 사람들이야 적지 않은 감동을 아직도 고스란히 가슴에 품고 있을 듯하다. 대한민국이 고되고 거친 여정을 거쳐 마침내 세계적인 국가로 부상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장면이다.

일반적으로는 ‘잠실 종합운동장’으로 불린다. 잠실蠶室의 너른 들판에 세워져 있는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과 야구장 등으로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는 곳이다. 그 잠실蠶室에 관한 여러 이야기는 이 종합운동장역을 지나 다음다음의 역에 닿으면 그곳 역명이 바로 ‘잠실’이니 그 때 가서 다시 소개하면 그만이다.

이번 종합운동장역에서 주목해야 할 한자는 종합綜合의 앞 글자 綜(종)이다. 이 글자의 유래에 관한 설명은 좀체 찾아보기 힘들다. 초기에 생성한 글자가 아니라서 그런 모양이다. 사전적인 정의로 보자면 이는 무엇인가를 ‘모으는’ 행위와 관련이 깊다. 아무래도 ‘실’을 가리키는 부수 糸(사, 멱)에 붙어 있으니, 적어도 이리저리 얽히기 쉬운 실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 좋을 듯하다.

우리 한국어에서 이 글자의 쓰임은 많지는 않으나 아주 뚜렷하다. 바로 종합綜合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이 말의 뜻을 잘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무엇인가를 한쪽으로 모으는 행위다. 그 반대의 말이 분석分析이다. 나누고(分) 쪼개는(析) 일이다. 사물 또는 그 안에 숨어있는 현상을 나누고 쪼개는 일이 분석이다. 나누고 쪼갠 뒤에는 결론을 내야 할 대목에 이른다. 잘게 흩어진 여러 파편들을 다시 모아서 결론을 이끄는 일, 바로 이 행위가 ‘종합綜合’이다.

綜(종)이라는 글자는 또 베를 짤 때 사용하는 도구인 ‘바디’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베를 짤 때 날줄은 세로로 난 줄이다. 씨줄은 그 반대인 가로로 난 줄이다. 이 날줄과 씨줄을 번갈아 겹치면서 베를 짠다. 그 날줄의 밑에 있으면서 씨줄을 매단 ‘북’이 통과하도록 돕는 장치가 바로 ‘바디’다. 순우리말에 속하면서, 한자로 적을 때는 바로 이 綜(종)이라는 글자를 쓴다. 그러나 이런 쓰임새는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종합綜合이라는 단어와는 직접 관계가 없다고 보인다.

사실이지, 이 綜(종)이라는 글자보다 더 확연하게 ‘모으다’라는 새김을 지닌 글자가 總(총)이다. 따라서 綜合(종합)이라고 써도 좋고, 總合(총합)이라고 써도 뜻은 마찬가지다. 이 글자 總(총)은 새김이 아주 분명하다. 우선 우리가 잘 쓰는 ‘총각總角’이라는 단어에서도 그 기미가 엿보인다.

총각總角이라는 낱말은 원래 결혼하기 전의 어린 사내아이들이 머리를 땋아 올려 두 갈래로 머리 위에 얹은 모습을 일컫는 말이다. 모아서(總) 뿔(角)처럼 만들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결혼하기 전의 사내, 옛 동양사회의 성혼成婚 연령이 매우 낮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곧 ‘어린 사내아이’의 뜻이다. 총각교總角交라는 말은 그렇게 어린 나이에 서로 맺어진 남자와 남자 사이의 친구 관계, 즉 죽마고우竹馬故友를 뜻하는 말이다. 장난스럽지만, 순우리말 ‘불x 친구’라고 해도 좋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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