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10.04 15:02
잠실 종합운동장 구내에 있는 야구장 모습이다. 종합운동장 경기 시설 가운데 사람들의 왕래가 가장 많아 프로야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앞의 글자 綜(종)은 종합綜合이라는 단어 외에는 일반적 쓰임새가 많지 않다. 사전을 뒤적이면 종핵綜核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사물의 이런저런 면모를 모두 모아두고 철저하게 그 앞과 뒤를 살피는 일을 가리킨다. 綜覈(종핵)이라고도 쓰는데, 말의 뜻 자체가 깊이 닿지 않아 잘 쓰지 않는 말이다.

착종錯綜이라는 낱말도 있다. <주역周易>에 등장하는 용어인데, 원래는 이리저리 늘어놓아(錯) 모아서 정리(綜)한다는 뜻이다. 역시 현대 한국어에서의 쓰임은 많지 않다. 어려운 뜻을 지닌 단어에 해당하고, 가리킴이 뚜렷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에 비해 뒤의 글자 總(총)은 쓰임이 제법 많다. 우선 총리總理다. 이 말이 동양사회에서 본격 등장한 때는 최근이다. 청나라가 총리각국사무아문總理各國事務衙門이라는 퍽 기다란 기관의 명칭을 사용하면서부터다. 때는 1861년이고, 당시 제국주의 열강은 청나라를 막강한 힘으로 강타했다. 이에 당황한 청나라 조정은 제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의 사무, 즉 양무洋務를 관장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했다. 그 이름이 바로 위의 총리각국사무아문總理各國事務衙門이다.

각국(各國)의 사무(事務)를 모두(總) 처리(理)하는 관아(衙門)라는 엮음이다. 여기서 총리總理라는 말은 부사+동사 식의 결합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모든 일을 종합해서 처리하는 사람, 또는 그 관직의 명칭인 ‘총리’로 자리를 잡았다. 기업의 수장을 요즘 우리는 보통 ‘회장會長’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에 앞서 등장했던 단어가 총재總裁다.

이 말은 모두(總) 도맡아 처리(裁)한다는 뜻이다. 뒤의 裁(재)라는 글자는 옷감을 자르고 다듬는 행위다. 그런 행위는 과감하게 자르는 일이 따른다. 따라서 ‘결단’ ‘결정’ ‘판단’을 가리키는 한자 단어가 재단裁斷, 나아가 그런 일을 결정해 허가하는 일이 재가裁可다. 우리말 속 쓰임이 적지 않은 단어들이다. 회사에서 많이 사용하는 ‘결재決裁’라는 단어도 그와 같다. 그런 일을 최종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이 총재다. 기업의 오너, 기관의 최고 우두머리가 아닐 수 없다.

모임의 성격은 여럿이겠으나, 그 중의 최고 단계에 있는 모임을 총회總會라고 한다. 역시 總(총)이라는 글자가 모두 모아두어 가장 높은 단계에 이른 경우를 가리킨다. 일반 기관이나 조직에는 여러 부서의 장長이 다 있다. 그 부서장 중에서 가장 높은 단계의 장, 그 사람이 바로 총장總長이다. 육군참모본부의 각 부서 부장部長이 있고, 그 모든 부장을 아우르는 사람이 바로 육군참모본부의 참모총장參謀總長이다.

대학에도 기획실장과 교무처장 등이 있다. 그러나 대학을 최종적으로 대표하는 사람은 바로 총장總長이다. 대학의 최고 높은 정책 결정자다. 물론, 그 대학이 사립일 경우 재단의 이사장理事長이 총장보다 높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대학을 대표하는 사람은 총장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우리는 대통령을 한자로는 大統領이라고 적는다. 통령統領이라는 말이 전체(統)를 이끌다(領)는 뜻이다. 거기에다가 ‘크다’는 새김의 한자 大(대)를 붙였으니, 나라의 최고 통수권자인 셈이다. 나라의 크고 중요한 일에 절대적인 입김을 행사하는 사람이다. 대만에서는 이를 總統(총통)으로 적는다. 남을 이끄는 사람(統領) 중에서도 최고의 우두머리(總)라는 뜻이다. 남을 감독하고 이끄는 일을 흔히 독찰督察이라고 하는데, 외국에 주둔하며 현지의 실정을 죄다 관리하는 사람이 총독總督이다. 보통은 식민지에 주재하는 최고 관리의 직함이다.

계산을 할 때도 부분적으로 계산하는 일이 소계小計, 그를 합치면 합계合計, 나아가 모두를 종합적으로 계산하는 일이 총계總計다. 부분적으로 내는 결론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내는 결론일 경우 이를 총결總結이라고 적고, 흩어져 이리저리 나뉘어져 있는 몸체가 아닌 전체를 때로는 총체總體라고 적는다. “총체적인 문제야…”라고 지적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그런 면을 두고 볼 때 종합운동장의 종합綜合이라는 말보다 총합總合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종합綜合이라는 낱말은 우리 입말과 문장에 벌써, 아주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綜合(종합)은 聚合(취합)과 같은 말이다. 흩어지고 쪼개진, 그래서 볼품없이 여기저기 산재한 조각을 얽고 섞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쪼개고 흩트리는 일에 능하다. 분석에 분석을 거듭하고, 그에다가 자신의 이해를 갖다가 붙이니 더 그렇다.

그런 여러 가지를 일관하는 흐름에다가 맞춰 틀을 세우고 장기적인 안목을 일으킴으로써 나라와 사회의 동력을 유지하는 지도자가 늘 필요하다. 그런 사람의 출현이 가뭄에 콩 나듯이 아주 드물고 희귀하니 이 사회가 지닌 병증의 치유가 요원한지도 모른다. 종합綜合과 총합總合의 능력을 특별히 갖춘 지도자가 늘 그리운 것은 이 사회가 절실하게 그를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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