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10.07 16:16
잠실에 들어선 아파트들의 모습이다. 신천은 '새로 생긴 내'라는 뜻의 조어다. 강의 흐름은 일정치 않아 때로는 새로운 갈래의 작은 물흐름도 만들어낸다.

뚝섬을 마주 보는 한강 남쪽의 마을 이름이 신천이었다. 한강의 지류가 새로 생겨나 뚜렷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새내강, 새내, 새개, 신천강, 신포 등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이곳에 언제인가 큰물, 즉 홍수洪水가 들면서 생긴 한강의 갈래라는 설명이다.

이 신천新川이라는 동네 이름은 전국 여러 곳에 등장한다. 물의 흐름은 늘 일정하지가 않아 큰물이 닿을 경우 갈래가 여럿으로 번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전국 여러 곳에 산재한 다양한 한반도의 하계河系 역시 수많은 흐름과 갈래를 보였을 테고, 낯선 물 흐름이 나타났던 곳에서는 심심찮게 이 신천이라는 지명이 생겨났을 것이다. 이름은 말 그대로 새(新) 내(川)다.

냇물을 포함해 지표地表 위를 흐르는 다양한 물길이 바로 하천河川이다. 엄격한 구별은 존재하지 않지만, 우선 큰 물 흐름이 江(강)과 河(하), 그보다는 작은 물의 흐름이 川(천)이다. 그러나 한반도 수계水系에서는 큰 물 흐름을 보통은 江(강)으로 적는다. 지하철 1호선 편에서 이미 설명한 내용이다.

조금 간추려 보탠다면, 한자로 적는 지표 위의 큰 물 흐름은 대개 江(강)과 河(하)다. 사실 이 둘은 각기 중국대륙에서 가장 긴 강인 長江(장강)과 黃河(황하)를 가리킨다. 따라서 중국 대륙 남방의 큰 물 흐름은 長江(장강)을 따라 대개 江(강)이라는 글자를 붙이고, 북방의 큰 하천은 대개 黃河(황하)를 따라 河(하)라는 글자를 붙인다.

그러나 한반도의 큰 하천은 거의 모두 江(강)이라는 글자를 붙였다. 한강漢江이 그렇고, 압록강鴨綠江, 낙동강洛東江, 금강錦江등이 다 그렇다. 그래서 한반도 주요 수계를 일컬을 때는 하천河川이라는 단어보다는 강천江川이 더 적합하지 않겠느냐고 할 수 있으나, 이 단어는 우리의 쓰임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지표 위를 흐르는 물 흐름을 표현할 때는 일반적으로 하천河川이라는 단어를 쓴다. 河(하)는 큰 강의 흐름이다. 川(천)은 그보다는 작은 물의 흐름이다. 河(하)는 곧 우리의 江(강)과 같다. 한강漢江을 예로 들자면, 본류인 한강에 지류인 청계천淸溪川과 중랑천中浪川 등이 유입하는 형국이다. 한강이 큰 흐름인 본류本流이고, 청계천과 중랑천 등이 작은 흐름인 지류支流에 해당한다.

하천의 종류는 아주 많다. 건천乾川은 순우리말로 ‘마른 내’다. 평소에는 물이 흐르지 않다가 비가 많이 온 뒤에야 비로소 물의 흐름이 나타나는 내다. 이순신 장군이 지금의 서울 중구 건천동乾川洞의 명보극장 자리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얘기는 제법 유명하다. 우리 하천의 모습이 대개 이 건천을 닮았다. 그래서 이 건천이라는 이름 역시 전국 곳곳에서 나타난다.

이 건천을 학문적으로 적는다면 간헐하천間歇河川이다. 사이사이(間)에 쉰다(歇)의 엮음인데, 비가 오면 흐름이 생겨났다가 평소에는 흐름을 멈추는 하천이다. 끊겼다(斷) 이어지기도(續) 한다는 뜻에서 단속하천斷續河川으로도 적는다. 그 반대는 늘(恒常) 물의 흐름이 있다고 해서 항상하천恒常河川으로 부르고 적는다.

선상지扇狀地라는 지형 이름이 있다. 산의 계곡 등을 흘러 평지로 내려온 물 흐름이 급격한 유속流速의 감소로 인해 많은 흙과 모래를 남김으로써 부채(扇) 모습(狀)을 이룬 땅(地)이다. 하천이 바다로 빠져나가는 하구河口 등에서는 또한 물이 품고 왔던 대량의 흙과 모래가 퇴적堆積해 삼각주三角洲 형태의 땅을 이룬다. 그곳에 역시 물이 번져 복잡한 흐름을 형성하는데, 그 모습이 그물처럼 복잡하게 얽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곧 그물 모습의 내, 즉 망상하천網狀河川이다.

감조하천感潮河川도 있다. 바닷가의 어귀에 있는 내가 바다 썰물과 밀물의 영향을 받는 경우다. 밀물과 썰물의 조류(潮)에 감응(感)하는 하천이라는 엮음이다. 중앙정부에서 직접 관할하는 하천은 직할하천直轄河川, 지방 자치단체에서 관할하는 하천은 준용하천準用河川으로 각각 부른다. 행정에서 다루는 용어라서 조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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