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10.12 17:41

[뉴스웍스=김벼리기자] # 얕은 트름을 하며 K가 스마트폰을 책상 스크린에 갖다 댄다. ‘삑-.’ 간단히 결제를 마친 뒤 K는 지갑을 뒷주머니에 집어넣는다. (1편 '2026년 구보씨의 하루'(下) 중에서)

“기존 금융 서비스만으로는 미래 소비자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기술 발전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 핀테크(fintech)가 금융의 본류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결 금융혁신콘퍼런스(KFIC)’에서 최정규 AT커니 아시아태평양지역 금융부문 대표가 본 미래상이다.

이미 삼성, 애플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은 삼성페이, 애플페이 등을 출시함으로써 금융 영역에 손을 뻗은 바 있다. 현재는 이른바 ‘페이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들은 전 세계의 금융계를 장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애플에서 선보인 지급결제 시스템 '애플페이'. <사진제공=애플>

◆ 금융과 기술 합친 ‘핀테크’

‘핀테크(fintech)’란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말이다. 말 그대로 금융과 정보기술(IT)을 한 데 묶음으로써 보다 효율성을 높인 서비스가 핀테크인 것이다.

도입 초기 핀테크의 중심은 금융이었다. IT는 다만 금융 서비스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수단쯤에 그쳤다. 인터넷·모바일 뱅킹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제 금융과 IT의 위상은 뒤바뀌었다. IT가 핀테크의 중심 올라서고 금융이 주변부로 밀려난 것이다.

영국 무역투자청(UKTI)에 따르면 현재 핀테크는 ▲지급 결제 ▲금융데이터 분석 ▲금융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지급 결제란 말 그대로 IT를 통해 결제를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현재 소비자들이 가장 익숙해하면서도 많이 쓰는 서비스다. 하드웨어 기반 서비스인 ‘애플페이’와 ‘삼성페이’, 앱 기반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와 ‘라인페이’ 등 다양한 플랫폼이 나와 있다.

금융데이터 분석이란 금융 거래에서 신용도 및 이자율을 결정하는 데 IT를 활용하는 서비스를 지칭한다.

‘비주얼DNA’는 “무슨 색을 선호하십니까?” 등의 간단한 질문들만으로 신용도를 책정해주는 서비스다. 지난 2014년 마스터카드는 비주얼DNA 신용도 평가 데이터를 대출 업무에 도입한 바 있다. 이후 부도율을 기존보다 23% 낮출 수 있었다.

금융 소프트웨어란 금융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일조하는 소프트웨어를 일컫는다. 페이팔은 자체적으로 사기거래탐지(FDS) 기술을 도입한 바 있다. 기존 패턴과 어긋나는 거래가 일어날 경우 추가인증을 요구해 사기 거래를 막는 기술이다.

플랫폼이란 금융기관 없이도 전 세계에서 자유롭게 금융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미국의 렌딩클럽(LendingClub)은 투자금 모집과 대출 신청 등 기존 은행에서 맡는 업무들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진행한다. 오프라인 지점이 없기 때문에 운영자금이 많이 들지 않으며 대출 이자도 은행보다 낮은 점 등이 특징이다.

비주얼DNA의 '성격 퀴즈' 중 한 장면. '당신 삶의 어떤 영역을 개선하고 싶으신가요?'라는 질문 아래 특정 영역을 대표하는 사진들이 나열돼있다. 해당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유저의 신용도를 평가한다. <사진출처=비주얼DNA 홈페이지>

◆ 2018년 핀테크 투자금 6조원…한국은?

해외 선진국에서 핀테크 시장은 이미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다. 지난 2014년 핀테크에 투자한 금액은 34억달러(약 3조7000억원)이었다. 또한 투자금 증다른 분야보다 4배가량 빠른 증가 속도다. 투자금 증가 정도가 다른 분야에 비해 4배 빠른 수준이다. 핀테크 스타트업에 몰린 투자금만 1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엑센츄어는 핀테크 투자금이 오는 2018년에는 60억달러(6조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4년 만에 두 배가량 불어나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핀테크 산업은 걸음마 단계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업체 KPMG가 최근 발표한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에 한국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미미한 투자 규모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의 핀테크 투자금은 385억원에 그쳤다. 세계경제에서 한국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보면 못해도 5000억원은 돼야한다는 지적을 고려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 셈이다.

또한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이 직면하는 한계도 거론된다. 현재 스타트업들은 자금뿐만 아니라, 고객확보, 규제 점검 등 기술 개발 밖의 문제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효율적인 성장이 어려운 원인이다.

관련 전문가는 “은행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면서 “핀테크 기업과 은행이 머리를 맞대고 기존 은행이 가진 것들과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합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최근 글로벌 차원에서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성장성 있는 해외 핀테크 사업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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