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10.18 11:01
중국 4대 미녀이자 춘추시대 오나라 월나라 싸움에서 미인계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서시(西施)의 상이다. 그의 고향인 저장 주지 사당에 있는 조상이다.

중국에서 생활하는 외국 사람들은 아름다운 여인을 경계해야 할까. 더구나 신분이 제법 높은 사람이거나, 공직에 올라 제 자신의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더 그래야 할까. 정답은 달리 없다. 그러나 적어도 공적인 일로 중국에 파견을 간 사람이라면 낯설지만 예쁘고, ‘우연’스럽게 자신의 옆에 와있는 중국 여성에게는 한 번 경계감을 품을 필요는 있을지 모른다.

잘 나가는 외국의 외교관이나 공적인 신분에 있는 사람들이 중국에 주재하다가 우연히 자신의 곁에 선 여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다가 본국으로 불려들어가 옷을 벗는 경우가 제법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 주재 네덜란드 대사가 이런 일을 당했다.

BBC 등의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주 중국 대사 론 켈러(Ron Keller)는 이 같은 사정에 따라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더 이상 아무런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의 처분을 받았다. 2015년부터 중국 주재 대사직을 수행하던 론 켈러의 혐의는 다름 아닌 ‘낯설지만 우연히 옆에 와있던 중국 여인’과의 사적인 관계 때문이었다.

이에 앞서도 중국에서 주재하던 일본의 외교관, 인도의 주재관이 비슷한 연유로 옷을 벗거나 본국에 불려 들어갔다. 사례를 찾아보면 이런 경우는 적지 않다. 잘 알려지지 않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특히 정보를 취급하는 분야에서는 이런 일이 흔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일이 발생한 나라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라는 중국측의 반발도 있다. 그럼에도 우선은 ‘미인계(美人計)’라는 말이 떠오른다. 중국 모략의 정신세계를 집약한 <삼십육계(三十六計)>의 한 계책으로 등장하는 모략의 하나다.

상대를 꺾기 쉽지 않을 때 우회의 한 방법으로 등장하는 꾀의 하나가 바로 미인계다. 대표적인 경우는 오(吳)나라에 패했던 월(越)나라의 대신 범려(范蠡)와 문종(文種)이 민간에서 서시(西施)와 정단(鄭旦)이라는 미녀를 ‘스카웃’한 뒤 오나라 왕 부차(夫差)에게 보내 미인의 품과 향락에 빠져들게 한 계책이 가장 유명하다. 비록 춘추시대의 까마득한 옛 중국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이 미인계의 용례는 중국 역사에서 매우 빈번하다.

중국인들이 억울할 수도 있다. 중국에 와서 중국의 미인에 반하다가 일을 그르친 것이 외국 외교관의 개인적인 일탈이지 그게 꼭 미인계의 음흉한 술책으로 풀 필요가 있느냐는 항변과 함께다. 그럼에도 그런 일이 자주 벌어지다 보니 이런 개인적인 스캔들이 번질 때마다 중국의 깊지만 어두운 모략의 세계를 떠올려 보는 사람들도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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