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재필기자
  • 입력 2015.11.11 15:39

정준양 전 회장 포스코에 1592억원 손해 끼쳐…8개월 수사에 비리핵심은 불구속

▲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포스코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이 8개월간에 걸쳐 진행해 온 포스코 비리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과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총 32명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정 전 회장과 정 전 부회장, 배 전 회장은 물론 포스코와 유착관계를 맺었던 이상득(80) 전 의원 역시 불구속 기소하면서 무리한 하명수사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11일 포스코 관련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상득 전 의원과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배성로(60)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이번 수사를 통해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는 포스코그룹 전현직 임원 17명과 협력업체 관계자 13명, 정치인 1명, 산업은행 부행장 1명 등 총 32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포스코 민원 해결을 대가로 측근과 친인척에게 5년간 26억원에 달하는 포스코 일감을 몰아준 혐의(제3자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특히 이 전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 출신으로 MB정부에서 '왕차관'으로 불리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앞세워 정 전 회장을 포스코 회장에 선임되도록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정 전 회장에 대해서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정 전 회장은 전모(55·불구속 기소) 전략사업실장과 함께 2010년 5월 포스코가 부실기업으로 평가되던 성진지오텍의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도록 지시해 포스코에 1592억원가량의 손해(배임)를 끼쳤다. 이를 통해 전정도 성진지오텍 당시 회장은 200억원대의 차익과 5년간의 경영권 등을 보장받았다.

정 전 회장은 2010년 이 전 의원의 요구를 받고 그의 측근 박모씨가 운영하는 티엠에크에 포스코켐텍의 외주 용역을 몰아주도록 지시해 12억원을 챙기도록 한 혐의(뇌물공여)도 받고 있다.

2009년 8월에는 자신이 추진하던 포항 지역 신제강공장 증축공사가 군 공항 관련 고도제한을 위반해 중단되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형이자 현역 국회의원인 이 전 의원에게 해결을 청탁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고급 프랑스 와인 '로마네꽁띠'.

정 전 회장은 처 사촌동서 유모(68·불구속 기소)씨와 함께 2006년 1월~2015년 5월 슬래브를 공급해주는 대가로 박재천(59) 코스틸 회장으로부터 4억7200만원과 골프 접대를 받고 최고급 프랑스 와인 '로마네콩띠'를 선물받기도 했다.

'로마네꽁띠'는 한 병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프랑스 부르고뉴산 와인으로 1년에 6000병 정도만 생산되는 것으로알려져 있다. 2010년 10월 홍콩 소더비경매에서는 2005년산 로마네꽁띠 한 상자가 181만5000홍콩달러(한화 약 2억62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정 전 회장의 이 같은 배임 등의 행위가 포스코의 경영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검찰은 분석했다.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이 인수 직후 자본잠식 및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2010년 10월부터 1000억원을 급히 쏟아붓는 등 지난해까지 증자나 사채 발행으로 600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성진지오텍과 합병한 포스코플랜텍은 지난달부터 워크아웃 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직원 300여명을 감축했다.

정 전 회장 취임 전인 2008년 말 포스코그룹의 영업이익은 7조1739억원, 부채는 18조6171억원이었다. 하지만 퇴임 직전인 2013년 말에는 영업이익이 2조9961억원으로 줄었고, 부채는 38조6333억원으로 늘어났다.

왼쪽부터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포스코 비자금 조성 책임자로 지목됐던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배임수재, 입찰방해, 배임수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 전 부회장은 2009년 8월~2013년 베트남 사업단장과 공모해 385만 달러(한화 44억5000만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 전 부회장은 정권 실세로부터 정부부처 고위 공무원의 고교 동창을 취업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고 2011년 초 포스코건설 토목환경사업본부 상무로 취직시켜주는 등 정치권과 유착을 맺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9월~2014년 8월에는 대왕조경으로부터 공사수주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현금 1000만원과 34회의 골프접대를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배성로 회장에게 업무방해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등 혐의를 적용했다.

배 회장은 정준양 전 회장과의 관계를 이용해 2010년 2월부터 800억원 상당의 인도 공사를 수주하는 등 포스코그룹이 진출한 해외 공사에서 주요 하도급 공사를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 같은 공사수주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포스코건설 고위 임원에게 현금 5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들과 함께 이철승(57) 흥우산업 회장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코스틸 이사 A(51)씨와 동양종건 재무담당 임원 B(55)씨, 대왕조경 사장 이모(64)씨 등 3명도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주인 없는 기업'에서 전문경영인과 특정 정치인 등 소수의 권력자가 '쥐락펴락' 할 수 있는 포스코의 구조적 문제가 가장 큰 문제점"이라며 "포스코가 이번 수사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 다시 국민경제를 견인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도 포스코 관련 구조적 비리가 드러나면 적극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라며 "포스코 비리 의혹에 연루된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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