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10.20 17:58
남한산성으로부터 풍납동 일대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성내천. 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역의 원래 역명 '성내'는 이 하천의 명칭에서 비롯했다.

1980년 2호선 개통 당시의 역명은 성내城內였다가 2010년 지금의 잠실나루라는 이름으로 고쳤다. 나루라는 순우리말은 한자로 津(진)이다. 육로의 여행길도 험하지만, 그보다 사람의 통행을 결정적으로 가로막는 곳이 하천이다. 그런 물길이 좁아지는 곳에 사람과 물자 등이 건너가는 나루가 들어섰을 것이다.

그런 나루와 津(진)에 관해서는 1호선을 여행하면서 거쳤던 노량진(鷺梁津)에서 이미 설명했다. 참고로 노량鷺梁이나 노량露粱, 명량鳴粱 등 우리 지명에 粱(량)이라는 글자가 붙은 곳이 제법 많다. 이 역시 나루가 들어서는 곳에 가깝다. 특히 조선의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던 노량과 명량이 특히 유명하다.

粱(량)은 지형의 생김새가 가운데 물을 두고 있는 땅과 땅 사이를 가리킨다. 따라서 사람의 발길을 막는 강과 내, 나아가 바다 등의 물길을 비교적 짧은 거리로 건널 수 있는 곳에 해당한다. 영화로도 새삼 다시 유명해진 우리 땅 이름 鳴粱(명량)은 바다의 큰 물결이 아주 좁아진 땅과 땅 사이를 지나면서 물살이 내는 소리가 높아 ‘울다’라는 새김의 鳴(명)과 그런 땅의 모양새를 가리킨 粱(량)이 합쳐져 이뤄진 이름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순우리말이 더 와 닿는다. 울돌목이다. ‘울다’라는 새김의 울, 粱(량)에 해당하는 순우리말 돌, 그런 좁은 길을 가리키는 목이 엮였다. 울돌목에서 이뤄낸 이순신 장군의 승리가 워낙 극적이라서 우리에게는 적지 않은 감동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를 잡았던 역사적인 명소에 해당한다.

잠실蠶室에 관한 설명은 앞의 잠실을 지나면서 자세하게 마쳤다. 그러니 여기서 다시 그를 푸는 일은 의미가 없을 듯하다. 나루라는 순우리말에 관해서도 津(진)과 粱(량)에 관한 설명으로 궁금증을 해결했다. 그러니 이번 역에서는 개명 전의 이름을 살피도록 하자. 왜 성내城內라는 이름을 붙였던 것일까.

이곳에는 하천이 흐른다. 멀리 성남의 남한산성이 있는 청량산에서 발원해 한강으로 흘러드는 지천의 하나다. 길이는 약 9.85㎞에 이른다고 한다. 지금 이 하천은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한 공원으로 현지에 사는 주민들에게 아주 그럴 듯한 천변川邊 공원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 하천이 성내城內라는 이름을 얻었는지 궁금해진다.

하천이 청량산에서 발원해 한강으로 흘러들기 전에 거치는 곳 중 하나가 풍납토성風納土城이다. 하천은 그곳 성의 안쪽을 거친 뒤에 지금의 잠실나루역 근처를 지나 한강으로 흘러든다. 그런 이유 때문에 하천의 이름을 城內川(성내천)으로 지었다는 설명이 있다.

그 풍납토성은 백제의 초기 성으로 한강 유역에 세워진 것 중에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는 설명이 있다. 왜 풍납風納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도 꽤 궁금해진다. 순우리말로 풀자면 ‘바람들이’다. 백제 관련 기록으로 볼 때 사성蛇城의 기록이 있어 蛇(사), 즉 뱀 또는 배암 등의 우리말이 바람으로 옮겨진 것 아니냐는 추정이 있다. 확실하지는 않은 추정이고, 이 잠실나루를 거치면서 풀기에는 바깥으로 번짐이 너무 심해져 이에 관한 설명은 다음 기회로 미루자.

그 대신 城(성)이 관심이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인류는 문물을 갖추고 번듯한 사회조직을 이루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늘 전쟁에 시달리게 마련이었다. 그래서 동서고금의 인류 발전사에서는 늘 남의 공격으로부터 나와 내 가족, 나아가 사회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방벽防壁의 축조 기록이 등장한다. 나를 지키기 위한 그 방벽의 가장 흔한 이름이 바로 城(성)이다.

그 성의 벽이 성벽城壁이다. 때로는 성장城牆으로도 적는다.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성의 경우는 주변에 해자垓字를 둔다. 성을 감싸고 있는 물길이다. 제법 깊은 물은 성을 공격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우선 막는다. 그런 해자를 두고 있는 성을 흔히 성지城池라고 적는데, 나중에는 방벽을 둘러 일정한 규모를 지닌 구역이라는 뜻도 얻었다. 해자는 壕(호)라는 글자로도 적는다. 따라서 城壕(성호)도 해자와 같은 말이다.

성곽城郭이라는 단어도 자주 눈에 띈다. 보통은 도시 안에 두른,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방벽을 城(성)으로 적는다. 그보다 큰 규모로 城(성)의 외부를 둘러친 방벽을 郭(곽)으로 적는다. 서울을 예로 들자면, 경복궁 등 왕궁의 주위를 두른 방벽을 城(성), 길이 약 18㎞에 이르는 지금의 ‘서울성곽’을 郭(곽)으로 구분할 수 있다.

城(성)은 나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했던 시설에 해당한다. 그만큼 중요한 시설이니 그에 따르는 명사도 꽤 발달해 있다. 성채城寨, 또는 성채城砦라는 말도 그에 유사한 명사다. 寨(채)와 砦(채)는 거의 같은 뜻이다. 군사적인 용도로 방벽을 치는 행위, 또는 그런 시설을 가리키는 글자다. 성보城堡는 요새처럼 구축한 작은 규모의 성을 가리킬 때 쓰는 명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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