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5.11.03 17:05

‘나, 떨고 있어?’

세계 최대의 당, 9000만 중국 공산당원들이 요즘 자문해 볼 법한 말이다. 이른바 ‘망녕 죄’ 정도로 번역할 새로운 규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자로는 ‘妄議中央(망의중앙)’이라고 적는 항목이다. 지난 10월 22일 새로 공표한 중국공산당 새 조례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함부로 당 중앙에서 결정한 내용을 반박하거나 이의를 다는 공산당원에게 벌칙을 내리겠다는 조례다. 이 조례가 나오자마자 물의가 빚어졌다. 당 내부의 자유스러운 토론 분위기를 해친다는 반박, 지나친 권위주의 정당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주장 등이 나왔다. 

급기야 중국의 서북 변방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에서 사달이 생겼다. 이곳의 ‘신강일보(新疆日報)’ 편집국장이 당에 의해 당적을 박탈당하고 일체의 공직도 벗는 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이 등장했다. NYT를 비롯한 주요 서방 언론들은 이를 비중 있게 다뤘다. 

그에 따르면 ‘신강일보’ 편집국장 자오신웨이(趙新尉)는 “당 중앙과 신장-위구르 자치구 당 위원회의 정책에 함부로 이의를 달았다”는 내용의 혐의를 받았다. 자세한 내용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중국 공산당이 공식적인 발표 외에는 자세한 사항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망녕 죄’에 대해 중국 공산당은 “당의 단결과 행동 일치를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당원들의 사상을 문란케 하지 않겠다는 이유도 달았다. 당 중앙에서 결정한 정책의 내용을 충실히 집행하기 위해서라는 점도 부연하고 있다. 

모두 시진핑 당 총서기의 권위적 체제와 관련이 있다는 설명도 따른다. 일관된 정책 결정과 집행, 보다 강력한 통치체제의 구축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과거보다 강력한 중국, 그리고 시진핑이 제창한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방도의 하나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래 줄곧 보여 왔던 중국 집권 공산당의 유연성은 많이 깎일 듯하다. 집단 지도체제를 이루면서 활발한 내부 토론을 거쳐 개혁과 개방의 흐름을 대세로 유지했던 과거와는 다른 쪽으로 중국 공산당이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모양새다. 

따라서 중국의 선택과 집중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권위주의의 색깔은 더 해질 것이며, 그로써 나름대로의 효율을 기할 수 있다. 그러나 ‘입 함부로 놀리면 가만 안 둬!’라는 식의 조례 설정과 집행은 시대의 흐름에는 잘 맞지 않는다. 중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열림일까, 닫힘일까. 매우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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