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한자 여행 2호선] 잠실나루2
[지하철 한자 여행 2호선] 잠실나루2
  • 유광종기자
  • 승인 2016.10.2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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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기슭에서 흘러 풍납토성을 거친 뒤 한강으로 접어드는 성내천 천변 공원의 모습이다.

그렇게 방벽을 쌓아 사람들이 몰려 큰 규모를 이루는 곳에는 성시城市라는 말을 쓴다. 우리말 쓰임새에서는 별로 두드러지지 않으나, 중국에서 일반적인 도시를 가리킬 때는 이 단어를 아주 많이 쓴다. 성읍城邑이라는 단어도 그와 같다. 방벽을 두른 곳으로서, 이 또한 인구가 많이 몰려 사는 곳이다.

지금 우리가 자주 쓰는 국가國家라는 단어의 國(국)이라는 한자도 사실 원래의 출발점은 ‘성을 두른 곳’이라는 의미였다. 제법 큰 규모의 성곽을 둘러 정치적 권력의 핵심을 이루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는 나중에 다시 왕조 체제의 나라, 지금의 민족 국가라는 뜻으로 발전했다. 간성干城이라는 말은 그런 나라를 지키는 방패(干)와 성(城)이라는 뜻, 나아가 나라 안보의 초석(礎石), 국가공동체의 안보를 지키는 군대라는 뜻으로 발전했다.

성에 딸린 여러 시설에 관한 명칭도 무수하다 싶을 정도다. 우선 雉(치)라는 게 있다. 성벽 위에 작은 담을 다시 쌓아 성을 지키는 장병들이 몸을 숨기고 상대를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다. 타첩垜堞이라는 시설과 같아 보인다. 성벽 위에 다시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凹(요)라는 글자 모양으로 쌓은 시설이다. 몸을 가리고 다가오는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장소다. 성벽 위에 다시 쌓은 작은 담이라는 뜻에서 부르는 여장女牆도 대개 이와 같은 시설이랄 수 있다.

총이나 활을 쏠 수 있도록 낸 구멍이 총안銃眼과 전안箭眼이다. 가까이 다가온 적을 쏘면 근총안近銃眼, 멀리 서 있는 적을 쏘는 구멍은 원총안遠銃眼이다. 一字(일자) 형태의 벽이 아니라, 항아리 모양으로 벽을 쌓아 그 안으로 들어온 적을 공격하게 쌓은 성은 옹성甕城이다.

못을 파고, 돌과 흙, 또는 벽돌로 섬세하게 가다듬어 다양한 장치를 만들어 올려 쌓고 또 쌓은 게 바로 城(성)이다. 한반도에 비해 전란이 빗발처럼 훨씬 많이 닥쳤던 중국에서는 이 城(성)을 향한 외경심이 보통이 아니다. 衆志成城(중지성성)이라는 성어가 있다. 여럿의 마음이 모이면 성을 쌓는다는 뜻이다. 위기에 닥쳐 한 곳으로 마음을 모아 외환外患을 막아내자는 얘기다. 이 말은 중국 국가國歌에도 등장한다.

만리장성萬里長城은 전란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중국인들이 쌓고 또 쌓은 담의 상징이기도 하다. 길이 6300㎞의 인류 최장의 담을 만들어냈으니 성벽에 대한 중국인의 염원은 세계의 으뜸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그래서 성을 소재로 만든 성어도 여럿이다.

城下之盟(성하지맹)은 성을 지키는 쪽이 성을 공격하는 쪽의 공성攻城을 이기지 못해 결국 성문을 열고 나아가 그 아래에서 맹세를 하는 일, 즉 투항投降과 항복降伏을 가리키는 성어다. 傾國(경국)과 傾城(경성)은 그렇게 힘들여 쌓고 가꾼 성채가 무너지는 일을 가리킨다. 그러나 누구 때문에? 바로 미색美色에 홀린 사람 때문이다.

한漢나라 무제武帝가 사랑했던 이부인(李夫人)을 누이로 뒀던 이연년李延年이라는 궁중악사가 자신의 여동생을 무제에게 천거할 때 썼던 노랫말에 나온다. “한 번 돌아보니 성이 기울고, 두 번 돌아보니 나라가 기운다(一顧傾人城, 再顧傾人國)”는 내용이다. 경국지색傾國之色의 유래다.

그 성이 가장 위태로울 때는 언제일까. 적이 그 밑으로 당도했을 때다. 軍臨城下(군림성하)의 성어다. 또 위태로울 때는? 튼튼했던 성벽이 어떤 이유로 인해 허물어지기 시작할 때다. 여우가 애꿎게 그에 등장한다. 성호城狐라는 성어는 그런 상황을 가리킨다. 성벽(城)에 틈을 파고 들어가 사는 여우(狐)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나저나 우리 대한민국의 성채는 아직 튼튼한지 모르겠다.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가 늘 잇따라 대한민국 성에는 늘 비바람이 닥친다. 그런 소란스러운 모습이 滿城風雨(만성풍우)다.

늘 성(城) 가득히(滿) 맴도는 바람(風)과 비(雨)라는 엮음이다. 성벽이라도 견고하고 단단하면 몰아치는 비바람쯤이야 아무 것도 아닐 텐데…. 나라의 근간을 잘 유지하는 일, 바깥의 위협에 결코 경계를 풀지 않는 일. 그런 자세가 결국 우리가 쌓고 가꿔야 하는 성벽이 아니고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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