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5.11.11 18:02

공부를 하는 일이 수학(修學)이다. 뭔가를 천천히 다듬는다는 원래의 뜻을 지닌 修(수)와 배움을 가리키는 學(학)의 결합이다. 이로써 수학(修學)이라는 단어는 오랜 기간 배운 내용을 갈고 닦아 알찬 지식으로 옳게 쌓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런 학습의 능력을 지칭하는 말이 바로 수능(修能)인데, 수학능력(修學能力)의 준말이다. 우리식의 새 조어에 해당한다. 요즘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단어임에  틀림없다. 이 능력을 묻는 시험에서 제가 원하는 대학의 당락이 갈라지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늘 따라붙는 글자가 能(능)이다. 사람의 재주와 기술적인 힘을 직접적으로 일컫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능력은 기능(技能), 그냥 재주는 재능(才能), 힘이라는 말까지 보태면 능력(能力), 앎에 관한 힘은 지능(知能), 직무에서의 그것은 직능(職能), 모두 없으면 무능(無能) 등이다. 

겨룸과 다툼을 피할 수 없는 사회이니 이런 말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일지라도 돌아가기 어렵다. 일정한 기준을 설정해 점수가 매겨지거나, 옆의 다른 이와 비교해 그런 능력의 있고 없음이 드러난다. 그러니 사회를 이어가는 나름대로의 기준일지는 몰라도 그에 시달려야 하는 사람에게는 스트레스 덩어리다. 

제갈량의 초상. 그는 단순 재사일까, 아닐까. 중국 역사 속 인재의 커다란 숲에서 아주 돋보이는 제갈량은 능력에 앞서 충절과 절개로 이름이 높았던 인물이다.

영웅(英雄), 호걸(豪傑), 준걸(俊傑), 영용(英勇), 준재(俊才), 영재(英才), 수재(秀才), 천재(天才) 등 빼어난 사람을 일컫는 한자 단어는 퍽 많다. 한 사회가 일어나고 가라앉음이 사람의 능력에 달렸다고 여겨 그를 중시한 사회의 전통 때문이다. 

옛 왕조사회의 영고성쇠(榮枯盛衰)는 실제 그 사회 인재의 능력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옛 동양사회에서는 인재가 지닌 그 역량을 단순히 재능으로만 보지 않았다. 여러 표현이 있지만 동양, 특히 중국에서 인재의 감별 기준으로 따지면 현능(賢能)이 가장 우선이다. 

우리는 ‘어짊’이라는 뜻으로 賢(현)이라는 글자를 풀지만 합당치는 않다. ‘어질다’는 착하고 바르다는 의미인데, 실제 賢(현)은 범위가 그보다 훨씬 넓다. 글자 자체는 전체를 아우르는 안목에 능력까지 갖췄으며, 아울러 돈을 포함한 많은 일을 제대로 컨트롤한다는 의미를 지녔다. 

이를 우리는 덕(德)과 관련이 있어, 바르고 넓은 품성에 능력까지 겸비한 사람이 지닌 바탕으로 봐야 한다. 그런 賢(현)이 재주를 의미하는 能(능)의 앞에 놓인 점에 주목하자. 단순 능력보다는 수준이 높은 사람의 덕성과 지성, 품성 등을 의미한다. 옛 동양사회는 그에 높은 가중치를 뒀던 셈이다. 

그렇다. 수능시험은 사람의 아주 많은 능력의 극히 작은 일부를 테스트하는 일이다. 그 또한 정해진 틀, 정해진 문제, 정해진 답을 잘 살피는 능력의 한 부분이다. 이런 시험을 거쳐 우수한 학생을 뽑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 미친다고 해서 좌절할지도 모를 학생들에게 격려를 잊지 않는 일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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