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10.26 15:02
청말의 권력자인 서태후(西太后)의 곁에 머물며 발호했던 내시 최옥귀(崔玉貴 좌)와 이연영(李蓮英 우)의 사진. 뒷줄 가운데가 서태후다.

남성의 성을 없애는 일, 즉 거세(去勢)를 거쳐 관직에 오른 사람이 내시(內侍)다. 과거 동양 왕조 시대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존재다. 본래는 거세와 관련이 없었다. 임금의 주변, 권력 최고 상층부의 안쪽 잡무 등을 관리하는 일종의 관직 이름이었다.

조선에 들어서면서 내시의 의미는 매우 확실해졌다. 거세한 남성으로서 왕궁의 내부 일인 청소, 문서 수발, 음식을 비롯한 생활 속의 잡무를 관리하는 신분이었다. 보통은 宦(환)이라는 글자가 따른다. 이 宦(환)은 집을 가리키는 宀(면)이라는 부수에 원래 노예 등을 지칭하는 臣(신)의 합성이다.

따라서 집안에서 청소와 심부름 등을 했던 노예를 가리키는 글자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역시 남성의 거세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중국 동한(東漢 AD25~220년)에 들어서면서 궁중의 잡일을 맡아보는 남성은 반드시 거세를 하도록 규정했다.

태감(太監)으로도 적는다. 중국에서는 가장 일반적인 단어다. 그러나 이 단어 역시 원래는 그와 관련이 없었다가 명대(明代)에 들어오면서 지금의 뜻을 분명히 얻었다. 명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이들 태감의 발호가 극심해지기도 했다.

이들을 지칭하는 말은 많다. 최고 권력에 붙어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면서 마치 제가 권력자인 듯 행세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왕조의 운명을 직접 깊은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고 가는 상황이 적지 않았다.

寺人(시인)이 우선 눈에 띈다. 여기서 寺는 누군가를 모신다는 뜻의 侍(시)와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시인’으로 발음한다. 궁중의 잡일을 맡은 관원이다. 奄人(엄인) 또는 엄관(奄官)이라고 적기도 한다. 여기서 奄(엄)은 閹(엄)과 같은 뜻이다.

閹(엄)은 거세한 남성으로서 궁중의 문을 여닫는 일에 종사한 사람을 가리켰던 글자다. 따라서 궁중의 내부 업무를 맡은 거세한 남성의 뜻이다. 따라서 閹官(엄관)으로 적어도 일반적인 내시를 가리킨다. 환관(宦官)은 내시의 일반적인 지칭이었다.

같은 뜻으로는 환자(宦者)라는 말도 있다. 환관과 동의어다. 중관(中官)으로도 불렀다. 궁중의 일을 맡은 사람이라는 맥락이다. 내부 업무를 처리한다는 뜻에서 내관(內官)으로도 적는다. 궁중 안에 있는 신하라는 흐름에서 적을 때는 내신(內臣), 내시(內侍)다. 때로는 내감(內監)이라고도 불렀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으나 이들 내시의 발호로 민생이 도탄에 빠지는 결과를 빚기도 했다. 권력에 빌붙어서 적지 않은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거세한 남성으로서 품은 비정상적인 욕망이 권력을 좇아 엉뚱하게 분출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청와대가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만신창이(滿身瘡痍)로 변했다. 우리사회의 수준을 크게 반영하는 현상일 테지만, 우선은 대통령의 어두운 의식과 안목이 가장 큰 문제다. 혼암(昏暗)이라고 적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러나 대통령을 보필하는 각료와 청와대 비서실 사람들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구부정한 허리, 창백한 얼굴에 상관 눈치만 살피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내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권력자의 발에 몸을 비벼대는 강아지와 전혀 다를 게 없다. 쫓겨날 때 쫓겨나더라도 죽을 때의 쥐처럼 찍소리라도 내 보거라~. 청와대 주변의 내시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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