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5.11.12 10:24

고래로 싸움은 피할 수 없었다. 사람이 남긴 발자취 가운데 싸움으로 새겨진 흔적은 특히 뚜렷하다. 죽느냐 사느냐를 두고 벌이는 싸움에서부터 먹고 살기 위한 자원을 두고 벌이는 다툼, 유형과 무형으로 벌어지는 모든 종류의 겨룸이 다 그렇다. 

6.25전쟁 중 1951년 3월 서울 수복에 성공한 아군의 북진할 때 경기도 문산 일대에서 벌어진 미 공정부대의 작전 장면이다.

 

그를 가장 분명하게 표현하는 한자는 戰(전)이다. 이 글자는 활과 화살의 의미를 담은 單(단, 彈이라 풀어도 좋다)과 창의 종류를 가리키는 戈(과)의 합성이다. 옛 싸움에서 반드시 등장했던 무기들이다. 그로써 획득한 의미가 바로 ‘전쟁’이다. 

그런 싸움에서 이기는 일이 바로 승전(勝戰)이다. 앞 글자 勝(승)은 朕(짐)과 力(력)이 합쳐졌다. 고대 왕조사회에서 임금이 스스로를 부르는 대명사가 朕(짐)이다. 그러나 원래의 뜻은 물을 건너는 배(舟)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런 배를 너끈히 몰아가는 일이 바로 勝(승)이다. 더 나아가 임무를 완성하는 일, 남을 이기는 행위라는 뜻으로 발전했다. 

눈여겨 볼 글자는 凱(개)다. 흔히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오는 일인 ‘개선(凱旋)’에 등장하는 글자다. 글자는 豈(개)와 几(궤)를 합친 형태다. 앞은 제사 등을 치를 때 사용하는 그릇(豆)에 무언가를 담은 모습이다. 뒤의 几(궤)는 밥상이나 식탁을 의미한다. 

凱(개)가 왜 전쟁에서 이기는 일을 의미했는지 조금 아리송하다. 고대 문헌에는 호궤(犒饋)라는 낱말이 자주 등장한다. 글자는 어렵지만 일반적인 의미는 ‘전쟁 등에서 돌아오는 병사들에게 음식과 술을 베푸는 일’이다. 글자 凱(개)는 이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준비한 음식을 그릇에 담아 밥상에 올린 뒤 전쟁에 나서서 싸우다가 돌아오는 병력에게 나눠주는 행위를 가리킨다. 그로써 전쟁에서 이긴다는 뜻의 전승(戰勝)이라는 새김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旋(선)이라는 글자는 ‘돌아오다’라는 의미이니, 개선(凱旋)이라고 적을 경우에는 전쟁에서 이긴 뒤 자신의 터전으로 돌아오는 일이다. 

중국인들이 자주 쓰는 같은 의미의 글자가 있다. 贏(영)이라는 한자다. 생김새가 매우 복잡하다. 그러나 아래 부분의 중간에 있는 貝(패)라는 글자 요소를 제외한 다른 부분 전체는 용처럼 생긴 배를 가리켰다고 한다. 따라서 贏(영)은 배를 움직이며 貝(패)를 얻는 행위를 가리킨다. 

고대 사회에서 조개껍질을 의미하는 貝(패)는 귀중함과 동의어다. 한 동안 고대사회의 화폐, 즉 돈으로 쓰였으니 그렇다. 따라서 배를 타고 조개껍질을 건져오는 일은 무엇인가를 크게 얻었다는 의미다. 그로써 전쟁이나 일반 다툼 등에서 이기거나 유리함을 차지한다는 의미를 획득했다는 설명이다. 

크게 이기는 일이 압승(壓勝)이다. 일본식 조어로 보인다. 중국 옛 문헌에서 壓勝(압승)은 영험한 기운을 지닌 물건으로 사악한 기운을 누르는 주술적 행위와 관련이 있다. 일종의 비보(裨補) 기능을 지닌 물건이나 그런 주술 행위와 관련이 있는 말이다. 

그러나 일본식 조어도 나름 충분한 의미가 있다. 압도적으로 상대를 이기는 행위라는 뜻으로 풀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글이나 시 등을 크게 뛰어넘는 작품을 압권(壓卷)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를 참고하면 좋다. 완승(完勝)도 같은 맥락의 한자 낱말이다.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가 군부 정권과의 선거전에서 압승했다고 해서 떠올려 본 단어들이다. 싸움이 벌어져 상대를 눌러 이기는 일이 제승(制勝)이다. 국가와 사회를 지키는 안보 영역에서는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우리 사회에 그런 제승을 위한 방략(方略)과 힘은 충분한지 늘 물을 일이다.   

<한자 풀이>
勝 (이길 승): 이기다. 뛰어나다. 훌륭하다. 경치가 좋다. 낫다. 승리를 거두어 멸망시키다.  넘치다. 지나치다. 견디다. 바르다. 곧다. 기회를 활용하다.
戰 (싸움 전): 싸움. 전쟁, 전투. 경기, 시합. 경쟁. 싸우다. 전쟁하다. 떨다. 두려워서 떨다.  동요하다. 흔들리다. 두려워하다.
凱 (개선할 개): 개선하다. 이기다. 착하다. 온화하다. 즐겨하다. 싸움에 이긴 풍류. 마파람, 남풍.
旋 (돌 선): 돌다. 물이 돌며 흐르다. 회전하다. 원을 그리다. 굴곡을 이루다. 굽다. 돌아오다. 둥글다. 두르다. 빠르다. 구슬, 옥. 행동거지.
犒 (호궤할 호): 호궤하다(군사에게 음식을 주어 위로하다). 맛 좋은 음식(飮食). 
饋 (보낼 궤): (음식을)보내다. (음식을)권하다. 먹이다. 식사. 선사. 
贏 (남을 영): 남다. 돈을 벌다. 성하다. 넘치다, 가득 차다. 자라다, 성장하다. 지나치다, 과도하다. 이기다, 낫다. 나아가다. 풀리다, 펴지다. 
壓 (누를 압, 싫어할 염, 숙일 엽, 누를 녑, 누를 엽): 누르다, 억압하다. 막다, 가로막다. 진압하다, 평정하다. 좁혀지다, 죄어들다. 무너뜨리다, 무너지다. 항복시키다. 진정하다. 맞다.

<중국어&성어>
百战百胜(百戰百勝) bǎi zhàn bǎi shèng:
백 번 싸워 백 번 모두 이기다. 우리말 ‘백전백승’과 같다.

攻无(無)不取,战无不胜(戰無不勝) gōng wú bù qǔ,zhàn wú bù shèng:
공격해서 취하지 않음이 없고, 싸워서 이기지 못함이 없다. 모든 다툼에서 이기는 일. 

旗开得胜(旗開得勝) qí kāi dé shèng:
싸움의 깃발을 올린 뒤 바로 승리를 얻다. 신속한 승리와 성공 등을 일컫는 성어다. 많이 쓴다.뒤에 马(馬)到成功 mǎ dào chéng gōng을 붙여 함께 쓰는 경우가 많다. 뒤의 성어 역시 “전쟁터에서 말이 도착하면서 바로 이기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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