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10.27 16:24

삼성가의 3세 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재용 부회장을 등기이사에 선임했다. 등기이사는 회사의 모든 책임을 짊어진다는 의미다. 반대급부로 등기이사는 경영의 최정점에 선다. 사업계획, 인사, 채용, 예산 등 경영과 관련된 모든 업무의 최종 결정권자다.

병상에 누워있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삼성그룹 업무를 총괄해 온 이 부회장이 이젠 책임을 짊어지고 ‘이재용식’ 경영의 틀을 짜야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제 이건희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내고 삼성의 새로운 역사를 써야할 출발선상에 서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총액은 228조6930억원에 달했다. 산술적으로만보면 GDP(국내총생산)의 16%에 달하는 규모다. 삼성전자가 휘청거리면 GDP마저 줄어든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91년 삼성전자 공채 32기로 입사했다. 그동안 입사 동기생들과 달리 다양한 루트로 경영수업을 받았다. 글로벌 경영을 위한 국내외 인사들과 다양한 교분도 쌓았다. 삼성전자는 한국을 넘어 세계 제1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 회장에 취임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괄목상대다.

이런 면에서 이 부회장은 아버지와 삼성맨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매출 14조원이던 회사를 300조원대로 키운 것은 삼성 2세대 경영진의 결실이었다.

산적한 문제 해결통해 ‘리더십’ 보여줘야

이 부회장은 이제 삼성그룹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며 삼성의 세 번째 역사를 써내려갈 리더십을 선보여야 한다.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무대위로 올라간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노트7사태로 위기를 맞았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30%나 줄었다. 내년초까지 이번 사태가 종결될지도 미지수다. 배터리 발화의 원인부터 찾아내야 한다. 이 부회장이 사운(社運)을 걸고 매달려야할 부분이다.

사업조정과 미래지향적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서도 심사숙고해야한다. 인적쇄신과 조직문화 개편도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그룹의 미래를 위해 빠뜨릴 수 없는 주요업무다.

이러한 산적한 과제를 이 부회장이 혼자하는 것은 아니다. 이건희 회장은 ‘간결한 메시지’로 임직원들에게 정확하게 지침을 내렸고, 나눔의 경영으로 연봉 수백억원대 시대를 열었다.

그룹의 리더가 무엇을 생각하고 원하는지 전직원에게 빠르게 전파됐고, 결실이 있으면 확실하게 나눴다. 세계 최고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先代와 비교는 무의미

전 세계 산업계는 ‘전환’ 시기에 접어들었다. 이건희 회장시절 미래먹거리 마련과 성장이 최대 과제였다면 지금은 ‘성장’보다 ‘전환’이 최대 과제다. ‘4차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순응해야 한다.

새로운 그림을 그리듯 전환의 시점에 성장이 둔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때마다 일희일비 한다면 제대로된 미래를 준비하지 못할 수 있다.

‘갤럭시노트7’의 실패는 애플의 ‘아이폰7’을 뛰어넘겠다는 과욕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아버지때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으려 애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던 시기의 성장률과 현재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 부회장의 어깨는 당연히 무거울 수밖에 없다. 받아들여야할 운명이다.

선대와 비교하지 않는 ‘이재용식’ 경영을 바란다. 그들은 그들이었을 뿐이다. 선대에 주눅들지 않고 당당한 3세대 경영인의 출현을 고대한다. 이미 삼성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급변하는 산업계에서 성장보다 수성(守成)이 더 어려운 미션이라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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