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5.11.12 14:00
검은등 뻐꾸기

검은 등 뻐꾸기가 있다. 봄철 구슬픈 소리로 우는 뻐꾸기의 일종이다. 이 뻐꾸기의 울음소리는 특히 귀에 잘 닿는다. 네 마디 음절로 독특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그냥 ‘뻐~꾹’이 아니라는 얘기다. 조금 장난스러운 한국 사람들은 이 뻐꾸기의 울음소리를 “홀딱 벗고”라고 풀기도 한다. 

중국의 북방 사람들은 이 검은 등 뻐꾸기의 울음소리를 우리와 달리 듣는다. 소리로 적으면 “광구얼하오궈”이고, 글자로 적으면 “光棍兒好過(광곤아호과)”다. 중국인이 적는 내용을 우리말로 옮기자면 “홀아비가 지내기 좋아”다. 중국의 홀아비 신세가 우리보다는 좋은 모양이다. 아무튼 중국인들은 검은 등 뻐꾸기 소리에서 홀아비를 읽었다. 

요즘 중국말로 홀아비, 또는 독신을 의미하는 光棍(광곤, 중국 발음은 광군)이 화제다. 우리 빼빼로 데이는 현대 중국어로 ‘광군제’다. 한자로는 光棍節(광곤절)이라고 적는다. 빛을 의미하는 光(광), 몽둥이를 가리키는 棍(곤)에 명절을 뜻하는 節(절)의 합성이다. 우리의 한자 감각으로 볼 때 光棍(광곤)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빛나는 몽둥이? 조금 이상하다. 

중국어니까 그렇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중국어의 많은 낱말 모두는 한자로 이뤄져 글자 자체의 새김을 알면 이해가 아주 어렵지는 않은 법이다. 중국어에서의 원래 뜻은 ‘홀아비’ ‘무뢰한’ ‘깡패’ 등이다. 좋은 맥락에서는 겁 없이 앞에 나서는 용감한 사내 정도의 뜻도 있다. 

한자 표기인 光棍(광곤)은 껍질이 제대로 붙어 있지 않은 나무를 가리켰다는 풀이가 있다. ‘헐벗은 나무’라고 하면 한 결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그래서 결국 나이 들어서도 가정을 이루지 못한 독신자, 배우자를 잃고 홀로 사는 사람 등을 가리키는 말로 정착했으리라 볼 수 있다. 

11월 11일 중국의 최대 인터넷 상거래 포털 업체인 알리바바가 독신 남녀를 대상으로 벌인 대규모 할인 전자마켓 행사에서 엄청난 판매 기록을 세워 말 자체가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적인 쇼핑’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대단한 판매고를 기록해 화제다. 

거대한 국토의 수많은 인구, 그로써 이뤄지는 시장의 거대함이 날로 주목을 받는 중국이다. 37년의 개혁개방 여정을 거치며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급격히 성장한 중국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그 덕분에 중국의 홀아비, 독신자들은 행복하다. 중국에 날아드는 검은 등 뻐꾸기는 그를 일찌감치 예감했던 듯하다. 내년 봄에도 중국의 검은 등 뻐꾸기들은 “홀아비 생활, 좋아~”를 외치겠지.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