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의 덕후철학] 무당굿의 눈물
[이호영의 덕후철학] 무당굿의 눈물
  • 이호영 철학박사(런던대)
  • 승인 2016.10.3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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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비선 문제로 신정(神政)이니, 무당이니, 사이비 종교니, “점괘로 정치를 하네”, “청와대에서 굿판을 벌였다”는 등 온갖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진위나 치죄(治罪)의 문제를 떠나 ‘무당’이나 ‘굿’에 대한 비뚤어진 시선에 소름 돋는다. 우리는 아직까지 무당에 대해 박정희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SNS를 떠도는 엉터리 논자들은 무시하더라도 시대의 지성이라는 도올조차 “무당 굿”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무당’과 ‘굿’의 의미를 알 것이다. 만약 모른다면 무식한 것이니 무식을 깨닫고 다시는 어디 가서 아는 체하지 말 일이다. 알면서도 그리 썼다면 사기다. 비단 도올 뿐 아니다. 입 다물고 있는 종교전문가 모두 사기죄를 벗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 우리 민족이란 무엇인가. 유전자? 애당초 짬뽕이다. 그저 남는 건 언어와 문화다. 그 중 종교는 문화의 큰 부분이다. 불교, 유교, 그리스도교 모두 외래종 수입품이다. 민물고기로 따지면 우리 생태계에 자리를 튼 베스나 블루길이다. 우리 참붕어, 우리 고유 종교는 바로 무당과 굿을 주축으로 하는 무속(巫俗)이다. 단군이 바로 단골 아닌가.

외래종이 들어오면 먼저 토착종을 핍박하고 없애려 한다. 조선시대 내내 무당을 천대한 유교가 바로 외래종 육식 물고기 베스였다. 다음에는 근대 이성주의로 무장한 일본이 이런 태도를 이어받는다. 여기에 개신교가 합세해 무속에 ‘미신(迷信)’이란 굴레를 씌운다. 이승만이 개신교의 태도를 잘 보여주었다면 일본의 근대를 맹신한 박정희는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충실히 옮기는 모방자였다.

그는 한국의 민족주의를 이용하면서도 정작 민족문화의 핵심인 무속을 말살하려 했다. 그런데도 박정희 싫다고 잘난 체 하는 민족주의, 민주주의 지식인들이 박정희가 설치해놓은 반민족 목욕탕을 벗어나지 못하고 무당과 굿을 미신이라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종교를 불교, 그리스도교 같은 ‘집단’으로만 보면 곤란하다. 교단은 자기와 다른 자를 이단(異端)이라고 매도한다. 불교 입장에서 보자면 개신교나 신천지는 별 차이 없다. 그저 세력 싸움, 밥그릇 싸움이다. 타종교에서 보면 불교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사이비 종교라는 신천지가 이단인 건 아직 세력이 충분히 크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톨릭조차 초기 로마에선 사이비였고 마르틴 루터도 이단이었다. 순복음교회도 초기에는 이단이었다가 교회가 커지면서 인정을 받았다. 종교 집단은 세력문제다. 신도가 많아지면 이단도 사이비도 다 해결난다.

종교에서 집단보다는 ‘믿는 자의 심정’이 중요하다. 미신의 반대말은 종교가 아닌 과학이다. 과학의 눈으로 보자면 그리스도교를 비롯해 대부분의 종교는 미신이다. 그러니 누구든 자기의 믿음만은 미신이 아니고 자기와 다르다는 이유로 이단이니 사이비니하며 매도할 처지가 아니라는 말이다. 민주사회에서는 어느 종교를 믿든 믿는 자의 심정이나 태도 또는 차이를 평등하게 인정할 따름이다.

박근혜가 불교를 믿든 가톨릭을 믿든 개신교를 믿든 중요한 건 아니다. 그에겐 그가 믿는 종교가 절실하다. 민주주의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니 뭐라 할 일은 아니다. 역대 대통령 중에 그리스도인이 많았다. 청와대에서 예배를 본 대통령도 여럿 있다. 청와대에서 예배를 보았다면, 누군가 그곳에서 ‘조찬 굿’을 했어도 문제는 없다.

종교는 자유이니 불교나 기독교나 무속이 다 평등하다는 말이다. 어느 종교가 우월하다는 주장은 각 교단의 생각일 뿐이다. 종종 나라에 긴박한 일이 생기면 스님, 목사, 추기경이나 성균관 관장을 청와대로 부른다. 국무(國巫)라는 김금화는 왜 안 부르는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예배를 보건, 굿을 하건, 성직자를 불러 의견을 듣건, 이를 신정이라 하지 않는다. 국가의 일은 국무회의에서 공식적인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다. 성직자의 의견이란 참고사항일 뿐이다.

무당은 목사나 사제나 다를 바 없는 성직자다. 무당은 혹세무민하는 사기꾼이 아니다. 무당들도 다른 사제 못지않게 자기 수련을 위해 용맹정진한다. 목사나 신부는 존경하면서 무당은 천시할 이유가 없다. 굿은 예배나 미사나 법회나 마찬가지인 종교의례다. 굿을 제대로 하기 위해 무당은 춥고 어두운 산에 올라가 몇날 며칠을 기도하고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한다. 그리고 신앙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노력한다. 단지 매주 일요일 아침 광화문에 굿당을 설치하고 정기 굿판을 벌이지 않을 뿐이다.

무당이란 신이 선택한 사람이다. 거부하려 해도 할 수 없어 타인을 위한 천대받는 성직자의 삶을 받아들인다. 다른 사람이 보고 듣지 못하는 신(神)을 듣고 보기에 고통도 크고 번민도 많은 자기희생의 삶이다. 하지만 보라. 보통 성직은 명예라도 얻지만 무당은 손가락질 당한다. 그리스도교에서 신에게 선택받으면 감사를 드리지만 무당은 회피하려다 신병(神病)에 걸려 목숨을 걸기도 한다. 보듬어 안고 존중해도 될까 말까 할 우리 고유문화는 수백 년간 손가락질 당해왔다. 그런데 지금 또 한 번 무당과 굿은 모욕당했다. 정권이나 타종교가 아닌 민중과 지식인이 자행한 난도질이기에 더 아팠으리라.

누가 민족의 고유 종교를 벌레 보듯 수치스럽게 만들었을까? 외래 종교인 유교, 기독교 그리고 일제와 그를 추종한 박정희 정권이다. 통탄스럽게도 그들이 만들어낸 잘못을 떨쳐버려야 할 지식인이 유신 언어로 무속을 다시 죽이고 있다. 참으로 유신을 신(神)으로 모시는 지식인들이다. 감히 최순실, 박근혜의 광란을 신성한 종교의례인 무당굿으로 표현하다니! 사과하라. 그리고 무식함을 깨달았다면 그 입을 닫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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