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
  • 입력 2016.11.03 11:07

떨어지는 것이 요즘 많다. 우선 스산해진 가을 날씨에 나뭇잎이 땅으로 떨어진다. 쇠락(衰落)이 그에 걸맞은 단어다. 그런 낱말은 제법 많다. 조락(凋落), 영락(零落)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절후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나무가 제 잎을 떨어뜨려 제 삶을 이어가기 위한 몸부림의 일종이다.

추락(墜落)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자주 쓴다. 타락(墮落)도 마찬가지다. 둘 다 위로부터 떨어져 아래로 향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그러나 쓰임새는 조금 다르다. 추락의 앞 글자 墜(추)의 유래는 풀이가 일치하지 않는다. 먼 옛날 주술적인 의례에서 비롯했다는 설이 그럴 듯하다.

제례를 위해 잡은 동물의 고기가 신단(神壇)에서 아래로 내려지는 모습을 설명한다는 풀이다. 타락의 앞 글자 墮(타) 역시 그와 비슷하다. 제례에 등장하는 짐승의 고기가 있고, 역시 신을 받드는 단상이 있다. 아울러 밑의 土(토)가 땅의 신인 지신(地神)을 가리킨다고 푼다.

어느 풀이가 맞는지는 가리기가 어렵다. 우선 관심을 두는 곳은 그 쓰임새다. 추락이라는 단어는 그저 물체가 위로부터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을 가리킨다. 그에 비해 타락은 의미를 더 부여한다. 도덕적인 색채가 입혀진다. 사람이 지켜야 할 규범 등으로부터 일탈해 사람의 가치가 정신적으로 더 떨어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추락이라고 지칭하면 그저 떨어지는 일, 타락이라고 하면 정신과 도덕적으로 아래를 향하는 경우다. 우리는 그래서 타락의 의미를 더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래도 아래를 향해 뒹구는 일은 별로 좋지 않다. 바닥으로 주저앉는 일을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말이다.

요즘 그렇게 바닥을 향해 열심히 굴러 떨어지는 사람도 많다. 우울한 풍경도 곤두박질이라는 단어를 생각게 하면서 마음을 더 어둡게 한다. 나라 전체가 이러다가 바닥 저 깊은 곳으로 주저앉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도 심해진다.

바닥의 아래로 모습을 감춰 버리는 일도 있다. 깊은 구덩이로 빠지면 함락(陷落)이다. 헤어 나오기 힘든 곳으로 빠지는 일이다. 더 심한 경우는 뭘까. 몰락(沒落)이라고 적을 수 있다. 몸체가 모두 깊은 물의 수면 아래로 잠겨버리는 상황이다. 어두운 전망이지만 어느덧 그런 일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말았다.

이렇게 모든 틀을 허물 줄은 정말 몰랐다.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의 주변, 그를 에워싼 채 제 욕심을 불렸던 ‘간신(奸臣)’이라 해도 좋을 참모와 각료…. 상황의 인지와 판단이라는 국정의 기본 중에 기본에 해당하는 능력조차 없는 청와대의 텅 빈 두뇌까지 가세하면서 날은 더 어두워지고 있다.

이 가을에 떨어지는 조락과 영락의 낙엽과 함께 대한민국 정치 중추의 추락과 타락을 생각한다. 그저 인기만 떨어지는 줄 알았지, 그 안에서 썩고 문드러져 눈길조차 두기 싫은 초라한 몰골로 모습을 드러낼지는 정말 몰랐다. 아주 심각한 타락이다.

이들은 곧 몰락할 조짐이다. 이들이 이룬 권력은 그렇게 몰락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맡겼던 지난 4년의 대한민국 몸체가 걱정이다. 심연(深淵)을 향한 하락(下落)이 가속화한다. 수면에 닿아 몰락으로 가는 것이 아닌지 정말 우려가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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