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인철기자
  • 입력 2016.12.23 09:00
일본 편의점들은  겨울에 매장에서 직접 오뎅을 만들어 파는 등 고객의 구매의욕을 끌어내는데 여념이 없다.<사진=일본정부관광국>
[뉴스웍스=최인철기자]일본의 편의점은 '만물상'과 다를 바가 없다. 지난 1974년 첫선을 보인 일본 편의점은 40년여간 밤낮없이 일본 곳곳을 밝히면서 도우미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없는 게 없다"고 할 정도로 날이 갈수록 취급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급증하는 추세다.
 
세븐일레븐, 로손, 훼미리마트 등이 일본 전국에 5만5000개에 가깝게 깔려 있어 최대의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특히 편의점은 지진과 태풍같은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했을때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각 지점마다 현지 피해상황을 자체적으로 수집해 필요한 물량을 조절하고 대책을 세울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 보니 어설픈 국가 컨트롤타워를 넘어서는 현장감을 갖추고 있다. 일본 정부도 편의점업체들과 재난대비협정을 맺어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을 정도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사회 특성상 편의점이 '노인 돌보기'의 지역 거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로손은 거동이 어려운 노인을 위해 노인 상담 창구를 열어 의약품 제조·배달 서비스도 하고 있다. 공공서비스 영역까지 편의점이 해내고 있는 셈이다. 
 
세븐일레븐은 편의점까지 거동하기도 힘든 노인들을 대상으로 도시락 배달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일본을 찾은 해외 여행객들에게도 편의점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라멘, 소바, 스파게티 등 각종 음식은 물론 지역 현지 한정재료로 만든 로컬푸드는 웬만한 식당에 비해 가성비(가격대비 성능)가 뒤지지 않고 오히려 앞설 때가 많다. 오뎅이나 가라아케 같은 안주류는 '혼술'을 즐기는 일본인이나 관광객에게도 인기만점이다. 
 
일본의 인기예능 프로그램인 '스마스테이션'에서는 주기적으로 '인기 톱10' 편의점 음식을 소개할만큼 유용한 생활정보로 인기가 높다. 실제 상당수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아침을 편의점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순한 도시락 수준을 넘어 맛있고 든든한 한끼를 편의점 음식들이 담당하고 있다. 
 
편의점의 변신은 끝 모를 정도로 확장일로다. 매장에 주점과 탁구장, 노래방을 도입하는 편의점들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고객을 위한 편의를 강조하다 보니 등잔 밑이 어두워지는 그림자도 피할 수 없다. 수십년에 거친 경기불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주요 일자리가 돼버린 많은 젊은이들이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최근에 경기회복으로 그나마 나아지긴 했지만 편의점 알바는 극한 알바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일본 최고 권위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 바로 무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이다. 18년간 편의점에서 근무한 저자는 규격화된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애환을 담았다. 편의점들이 서비스와 제품들을 늘려가면서 아르바이트의 고충도 늘어나고 약자를 더욱 괴롭히려 드는 '진상 손님'들을 상대하기란 고역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의 편리함을 의해 누군가의 희생이 심해지는 빛과 그림자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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