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인철기자
  • 입력 2016.11.29 08:32

[뉴스웍스=최인철기자]일본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중 하나가 '도게자(土下座)'다.

도게자는 에도막부 시대에 지방영주인 다이묘가 행차할 당시 길거리를 걷던 서민들이 일제히 땅에 엎드려 고개를 숙이던 것에서 유래한, 이제는 일본 특유의 행동방식이나 다름없는 행위로 남았다. 제대로 된 도게자는 손바닥을 땅에 대고 이마가 바닥에 닿을때까지 엎드리고 절하는 동작이다.

도게자<출처=자리가니웍스>

한국 사극에서도 고관대작이 길을 통과할때 '물럿거라'라는 소리에 백성들이 고개를 조아리던 것과 다를 바 없다. 

도게자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발생한 원전사고 책임자인 도쿄전력사장이 사죄한 경우다. 말그대로 죽을죄를 지었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밝히는 최고의 사죄로 속한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가 지난해 서대문형무소 순국선열 추모비에서 일제의 식민지배를 사죄하는 차원에서 무릎을 꿇자 일본내 보수우익들이 일제히 '도게자 사죄'라며 반발한 적도 있다.
오죽하면 일본 영화 '사죄의 왕'은 도게자 사과를 대신하는 전문가가 주인공이다. 사죄 왕국 일본을 풍자하는 내용이다. 

그렇게 사죄를 잘하는 일본인들이 유독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 민중들에게 저질렀던 만행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인색한지 의문이다.

세계인들에게 잘 알려진 또 다른 일본식 특이문화로는 '하라키리(腹切)'로 일본인들이 주로 '셋푸쿠(切腹)'라고 말하는 일명 할복이다. 사무라이들이 전투에서 지거나 사형에 준하는 상황일때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명예를 살려주던 것이다.

사무라이들은 보통 단도과 장도, 두개의 칼을 차고 다닌다. 할복은 단도로 복부 왼쪽을 깊숙이 찔러 오른쪽으로 가른 다음 장도를 빼어 가슴 밑을 찔러 죽는 자살법이다. 영주나 높은 계급의 경우 수행무사가 할복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옆에서 목을 베어주기도 한다. 

할복장면을 재현하는 지역축제도 존재한다. 일본 중부지역인 효고현의 아코시는 '추신구라(忠臣蔵)'의 고장이다. 

에도 막부시대인 1701년 전국연회에 참가한 아코번의 아사노 나카노리가 막부 의전담당자인 키라 요시히사로부터 모욕을 당하자 칼을 휘둘러 가벼운 상처를 입힌다. 막부의 실력자인 키라는 막부모욕혐의를 붙여 할복형을 내린다.

아사노의 부하들은 주군의 복수를 위해 2년간 겉으로는 방탕한 생활을 보내는 척 하며 기회를 엿보다가 21개월만에 에도로 잠입해 원수 '키라'를 제거한다. 거사에 성공한 부하 47명은 주군의 무덤에서 할복을 하며 장엄한 죽음을 맞이한다. 이들은 일본인들 사이에서 대대로 충신 중의 충신인 '추신구라'로 지금까지 칭송을 받아 영화와 드라마에서 아름답게 그려진다. 

추신구라의 고장 아코시는 선조들의 '할복 장면'을 축제에서 자랑스럽게 재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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