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인철기자
  • 입력 2017.01.06 09:05
일본 국보인 '키자에몬'은 조선에서 생산된 막사발이다.<사진=根津미술관>

[뉴스웍스=최인철기자]일본에서 전국시대를 다룬 대하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차완(茶碗)'은 자주 등장하는 주요 소재다.

차완은 단어 그대로 차를 담는 사발로, 조선에서 만들어져 일본에 들어간 일명 '막사발'이 일본에서는 엄청난 대접을 받았다. 

16세기 일본 차 문화를 선도하고 대표하던 상인 출신의 '센리큐'가 왕족이나 막부의 쇼군을 대상으로 조선 차완을 선물하거나 거래하면서 최고 권력자들의 최측근으로 올라서는데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기도 했다. 

실제 조선 차완에서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느꼈던 16세기의 일본 최고 권력층들은 수집에 혈안이 됐고 이 지독한 사랑은 '임진왜란'에서 조선 도공을 대거 납치해가는 불행한 역사를 낳았다. 

특별한 장식없이 투박하기만한 조선 차완을 바라보면서 피비린내 나는 전장에서 쌓였던 억겁의 죄책감과 불안감들을 털어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본을 매료시킨 조선 차완은 사실 조선 관청에서 엄격하게 관리해 생산하던 제작품도 아니었고 경상남도 일대 지방에서 소량 생산하던 생활용품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반전의 반전'인 셈이다. 대충 빚어 유약통에서 꺼낸 막사발은 조선에서는 밥이나 국그릇, 막걸리잔 취급이나 받았지만 일본에 건너가서는 신분세탁을 넘어 최일류상품으로 꽃을 피운 것이나 다름없다.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전국통일 과정에서 다이묘들을 포섭하기 위해 전공을 치하할때 주로 조선 차완을 하사했다. 
특히 히데요시는 센리큐에게 명을 내려 만들어 놓은 오사카성의 금색 '다실'에서 조선 차완에 농차(濃茶)를 담아 직접 대접하면서 다이묘들을 다독거렸다. 오죽하면 다이묘들이 넓은 땅을 영지로 내려주는 것보다 조선 차완을 받는 것을 더 좋아할 정도였다. 이렇게 하사받은 조선 차완들은 당연히 다이묘 가문의 가보로 소중하게 보전된다.

조선 차완은 일본에서 '이도차완(井戶茶碗)'으로 불리며 이중 '키자에몬이도(喜左衛門井戶)'라는 차완은 일본 국보로 지정된다. 조선 차완은 일본의 '다도(茶道)' 문화를 발전시키는 일등공신 역할을 해내면서 지금까지도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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