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12.21 12:00

[1부 새로운 사회-최순실사태, 전화위복 계기돼야]

<사진=DB>

[뉴스웍스=한동수기자] ‘비정상의 정상화’. 이번 정권이 들어선 후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꺼내 든 ‘국정 목표’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상식을 지키고 합리적이지 못한 것을 뜯어고치며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이 ‘국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됐다. 지난 20일 박 대통령의 비정상적 업무수행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말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국민이 나서야 할 때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풀기 어려운 숙제가 아니다. 전래동화에서 봤던 ‘권선징악’만 제대로 가슴에 새겼어도 큰 힘들이지 않고 실천할 수 있다.

이제 공정하지 못한 사회 적폐(積弊)를 찾아내 함께 없애야 한다. 부정한 성공에 박수를 치지않아야 한다. 보여주기 위한 허영을 무시할 줄 알아야 한다. 더 나아가 시민이 힘을 합쳐 부조리에 대항할 수 있다면 사회는 달라질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제대로 실천만했다면 우리 사회에서 최순실의 범죄행위역시 벌어지지 않았을 수 있지 않았을까.

제2의 최순실사태를 막으려면

수오지심(羞惡之心)을 가슴에 품어야 한다. 어린시절 배웠던 부끄러운 마음이 무엇이었는지 되새기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

한 때 검사장까지 지낸 사람이 대형 사건을 싹쓸이하고 오피스텔 갑부가 돼도 부끄러워 하기는커녕 박수받던 사회다. 검사가 친분이 있는 변호사에게 청탁 대가로 메르세데스 벤츠을 받고 연인사이라고 말하면 법망을 피할 수 있었던 사회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사이 학교와 사회를 분리시켰다. 학교에서 배운 것과 사회에서 익힌 일을 '융통성'이라는 말로 대충 넘길 줄 아는 것을 능력이라고 생각한적도 없지 않다. 지금 광장에 켜진 촛불을 보며 생각해 봐야 한다.

공정한 룰 안에서 법을 준수한 사람들이 손해보고 불행해지는 사회를 뜯어고쳐야 한다.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역사의 변화는 이론만으로는 불가능했고 시민의 용기있는 행동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광장에 촛불이 부조리한 정권을 물러가게 하는 것 뿐 만아니라 우리 사회에 산적한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가 바뀐다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진정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비정상을 정상으로 뜯어 고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문제를 공유하고 고치려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최순실을 구속시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 다시는 ‘최순실 게이트’ 같은 범죄가 발붙일 수 없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개인부터 달라지자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선 개인부터 작은 실천이 선행돼야 한다. 생각을 바꿔야 세상을 뜯어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사회학 저서를 쓰고 있는 정수복 작가 겸 사회학박사는 “우리 자신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어려서부터 내실보다는 외형을 중시하는 일종의 과시욕부터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의 과시욕이 넘쳐나다보면 돈이나 지위로 다른 이보다 위에 서려는 반칙이 통하는 사회로 전락하게 된다. 반칙이 통하는 사회에서는 공정한 경쟁이 빛을 잃는다. 결국 권력에 아첨한 자들이 국가를 농락하는 사회로 변질되고 만다.

정 박사는 "광장에 촛불이 꺼진 후 우리 모두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회에 과시욕과 허영이 용인되는 것은 그런 행동들을 나무라기 보단 오히려 부러워하고 흉내내려는 심리가 우리 안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최씨를 통해 비정상적인 사회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아프게 할 수 있는지를 보았다.

왜 우리에게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긴 대통령이 없는 것일까. 왜 권력형 비리 사건은 없어지지 않는 것인가.

이 사회에 권력에 붙어 공생하려는 또 다른 우리가 있는 한 없어지지 않을 적폐이다.

정 박사는“지금 벌어지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보면 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대통령을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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