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12.27 09:00

[1부 새로운 사회-정당화할 수 없는 '불평등' 뿌리뽑아야]

저울은 공정하고 불공평하지 않은 정의를 상징한다. <사진=DB>

[뉴스웍스=한동수기자] 정의(正義)가 힘을 잃었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라면 국정운영 바탕에 정의가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는 국정운영을 받쳐줄 정의가 내려앉았다. 비리와 불의의 무게에 무너지기 직전이다.

정의는 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다. 정의를 바로세워야 할 때라는 각계 각층의 목소리가 여느때 보다 높다.

22일 경남 거제시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의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권민구 거제시장은 추도사를 통해 “정의의 길로 갈 수 있게 용기를 달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더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오는 23일 제주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의에 대한 생각을 털어 놓을 계획이다.

사익(私益)에 막힌 '정의' 

그동안 우리는 정의를 일종의 상식으로 생각해왔지만 살아 움직이는 정의의 움직임에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정의는 통치자에 의해, 정당의 당리당략에 의해, 계층간 이익을 위해, 지역의 이익을 위해, 연령과 성별에 따라 입장차이가 심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에도 정의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없다.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때론 공익을 우선하기위한 사익의 포기 정도가 정의일 수도 있다.

정의를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개인의 이익을 포기하거나 손해를 감수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의는 공감해야 한다.

◆정의-공감

청와대 홈페이지 '정책을 만드는 대통령의 비유'에 소개된 2013년 4월5일 법무부와 안전행정부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 연설문 중.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죄를 짓고도 돈이나 권력으로 법망을 피하거나 가볍게 처벌받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사진=청와대홈페이지캡쳐>

사회와 공동체가 공감하는 정의의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이것은 문서로 만들어 교육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가정, 학교,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개인의 양심이고 사회의 관습으로 정의는 공감해야 한다. 쉽게 말해 눈높이를 맞출 줄 알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 부분이 취약하다. 대통령이 연루된 일명 ‘최순실게이트’는 그 취약상이 신랄하게 드러난 예다.

정의를 공감하지 못하면 두려움이 없어지고 비난과 대립도 벌어진다. 예컨대 새누리당에서 지자체장과 의원이 탈당하자 친박 의원들은 그들을 비판한다. 탈당한 정치인과 이를 비난 하는 의원들이 바라보는 정의에 대한 온도차는 큰 것이다.

권력이 개입해 기업으로부터 기부를 받고 자발적 기부행위라고 포장한다. 이것을 권력자의 정의로운 행위라고 간주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정의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두려움을 알아야 한다.

오만과 정의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탄핵과 사법처리를 피하더라도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만천하에 그의 실정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정의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땅에 박 대통령과 같은 불행한 대통령이 다시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제 정의에 대해 생각해야 하고 공감해야 한다. 모두가 인정하지 않는 정의란 존재의 가치가 없어서다.

정의-공감-소통

우리가 정의를 공감하기 위해서는 소통해야 한다. 각자가 생각하는 정의를 공감하고 확산시키려면 눈높이를 맞추려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소통이다.

정의가 공감하지 못한다면 정의라는 이름으로 반목과 대립만 양산한다.

정의-공감-소통이 추구하는 목표는 ‘다양성의 실현’이다.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다른 이가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돼 구성원 모두의 이익이 극대화되면서 손실은 최소화 하는 것. 이것이 정의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고 이 시대 우리가 지키고 누려야할 정의로움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지난 2002년 별세한 존 롤스 전 하버드대 교수는 그의 저서 ‘정의론’을 통해 “정의는 정당화 할 수 없는 불평등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제 사회를 확 뜯어고치기 위한 새판을 짜야할 때다. 그 판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인정하는 정의가 새겨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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