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
  • 입력 2016.11.24 15:18

순우리말로 보이지만 사실은 한자(漢字) 낱말이라고 한다. 우리말 쓰임에서는 결코 좋은 새김으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보통은 땡땡이 중, 땡초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표준은 땡추라는 설명이 있다. 원래 한자는 당취(黨聚)라고 했다.

원래 한자 표기가 그러니 이는 누군가 무리를 지어 모여 든 상태, 또는 그런 집단이다. 조선의 숭유억불(崇儒抑佛)이라는 이념적 지향과 관련이 있다. 조선을 짓눌렀던 성리학(性理學)의 근간에 기대 권세를 누렸던 유교 집단은 그 수혜자다. 그렇지 못한 일반 상민(常民), 성리학과 노선이 아주 달랐던 불가(佛家)의 수행자나 추종자는 그 반대다.

조선이 급기야 승려의 ‘과거(科擧)’에 해당하는 승과(僧科)를 폐지하고 승려의 자격증 제도마저 없애면서 조선의 불교는 급격히 오그라들었다. 그러면서 약해진 절집 등을 약탈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수행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가짜 중들이 그에 앞장을 섰던 모양이다.

이들은 기울대로 기운 불교 사찰에 찾아들어 행패를 부리고 재산을 약탈했다고 한다. 보통은 10~20명 정도 집단으로 몰려다니면서 악행을 일삼았다는 설명이다. 그 작은 집단들은 또한 서로 관계망을 형성해 큰 힘을 행사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다가 민란이라도 나면 앞장을 서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겉만 중이었다. 실제로는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며, 행패를 일삼았다. 이들을 적었던 지칭이 당취(黨聚), 사람들 입말을 거치고 거치면서 변한 형태가 ‘땡추’라는 설명이다. 그러니 요즘 말로 치면 ‘양아치 떼거리’다. 조폭(組暴)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무뢰한, 무뢰배라고 적어도 마찬가지다.

사람 살아가는 사회에서 무리를 짓는 일은 흔하다. 공동의 이익을 좇거나, 특별한 목적을 두고 사람들은 무리를 짓게 마련이다. 그런 경우를 표현하는 한자 가운데 하나가 黨(당)이다. 그러나 이 글자에는 黑(흑)이라는 글자가 들어 있다. 태생이 시커먼 것이었을까.

불길이 타올라 연기로 인해 시커멓게 변하는 상태를 일컫는 글자가 黑(흑)이니 그를 품은 黨(당)이라는 글자는 출발부터 부정적인 새김을 얻었을지 모른다. 사람이 무리를 지으면 위협적인 성분을 띨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니 떳떳한 영역에서 바른 명분을 취해야 무리는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지닌다.

요즘의 黨(당)은 흔히 정당을 가리킨다. 일정한 이념, 정책적 지향에 함께 뜻을 모은 사람들의 집단이다. 그런 당이니 만큼 제가 갈 길을 바로 정하고 사회 구성원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그 당은 제 자리에 오래 서 있을 수 없는 게 정리(定理)다.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가 불거진 뒤 줄곧 ‘몽니’를 부리는 이른바 ‘친박’ 그룹이 화제다. 대통령을 오늘 이 상황에 서도록 한 주역에 다름없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오늘의 이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는 사람 하나도 없다. 오히려 정략의 좁고 어두운 시선으로 제가 맞은 곤경을 풀어갈 생각에만 몰두한다.

이념적 지향은 아예 기대할 수조차 없을 수준, 정책이라고 해봐야 대통령 치마 밑에 납작 엎드려 호가호위(狐假虎威)했던 깜냥이니 내세울 게 전혀 없다. 그럼에도 버티고 또 버틴다. 이제 보수 정당의 근간마저 흔들어 당 자체가 해체의 수순으로 접어들 조짐이다.

이 시대의 진정한 땡추들이다. 무리를 지어 모여 다니니 영락없는 당취(黨聚)다. 이제 자신들이 기댈 언덕조차 없으니 무뢰한(無賴漢)이요, 일정한 떼거리를 이뤘으니 무뢰배(無賴輩)다. 패거리라고 해도 무방하고, 그보다 더 그악한 요즘의 언어로 이들을 지칭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땡추들의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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