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11.24 17:15

분단 71년의 남북한 상황은 평화적인 통일과 민족의 미래를 위한 고민들과는 거리가 멀다. 속 좁은 대치와 다툼이 끊이질 않는다. 그것을 구경하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은 한반도에 ‘시원한 통일’을 선물할 것 같지도 않다. 그저 답답할 뿐이다.

어느덧 남한 생활 10년차, 느끼는 것도 많고 그만큼 변한 것도 많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북한에대한 남한 사회내의 슬픈 ‘삼류신화’ 같은 이야기들 뿐이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진짜인 것처럼 포장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어차피 검증할 수 없으니 변하질 않는 것 같다. 또 10년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

헌법 제3조의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는 말이다. 남한에서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주장하면서 정작 영토내 동족인 북한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은 뒤로 한 채 정파싸움과 냉대 속에서 날이 밝고 저물 뿐이다. 

"내가 살았던 북한, 살고있는 남한 이야기 하고 싶어"

물론 김정은의 무모한 핵실험이 남북간 대화 단절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민간교류와 인도적 지원마저 중단된 것을 보고있자면 북한 이주민으로서 답답한 맘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물론 분단 70년이 넘도록 남북한의 반목과 대치의 뿌리에는 ‘분단과 전쟁’이라는 깊은 상흔이 깃들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상흔을 치유하는 길은 남북한의 평화통일이겠지만 그것을 위한 돌파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북한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고민스럽다. 그러나 지금은 웃음거리로 전락했지만 얼마전까지 남한에서 ‘통일은 대박’이라는 논리가 얼마나 관심을 끌었던가. 전쟁없는 평화적인 통일은 앞으로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숙제일 것이다. 이에 북한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도 남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냈다.

북한에서 태어나 30여년동안 북한에서 살아온 이야기와 남한에서 느낀 소회를 적어 볼 생각이다. 남한 사람이라면 관심 가질만한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볼 계획이다. 또 10년동안 북한이주민으로써 남한에서의 생활에서 느꼈던 생각들도 담아내 볼 작정이다.

인민 평등? 北, 50여개 신분제 존재

필자는 북한에서 특수계층이 아닌 평범한 하위계층으로 살았었다. 필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곧 대부분 북한사람들의 삶과 비슷한 면이 많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남북한이 하나가 되는 길에 작은 주춧돌이 되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필자의 고향은 양강도 김정숙군(옛 신파군)이다. 남한에서는 흔히 개마고원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겨울이 길고, 봄‧여름이 상대적으로 짧은 지역이다. 기후 때문인 것도 있지만 부족한 영농법으로 벼농사가 안되고 주로 감자농사를 중심으로 밀과 보리재배를 하는 지역이다.

필자의 고향은 양강도 김정숙군(옛 신파군)이다. 남한에서는 흔히 개마고원이라고 부른다. 고향 개마고원 전경.

평안북도 선천군에서 태어나신 아버지 일가는 해방 전 할아버지 할머니가 기독교 집안이었다는 이유로 이곳 양강도로 추방돼 오게 됐다.

인민이 평등하다고 하는 북한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신분제가 존재한다. 물론 밖으로 드러내놓지는 않지만 북한인이라면 다 알고 인정한다.

전쟁이 끝난 이후 김일성은 노동당내 연안파와 소련파와의 노선투쟁에서 그들을 모두 숙청했으며, 이후 갑산파와 만주파 가운데서 자기와 충돌하였던 사람들을 모두 제거하고 일인 독재를 실시하게 된다. 이후 북한은 주민들을 크게 핵심층과 중간계층, 일반계층 3부분으로 나누고, 구체적으로 50여개에 달하는 신분계층으로 구분해 통치한다. 이것은 오늘날 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1960년대 중반 김일성의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일에 의해 완성된다.

중국에서 태어나 어린시절 부모님을 따라 평양으로 나와 사시던 어머니 가족도 역시 해방 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기독교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로 신파군으로 추방당하게 되었다. 여기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나 결혼하고 내가 태어났던 것이다.

북한에서 기독교집안은 일반계층으로 하층민에 속한다. 기독교인을 비롯해 전쟁포로, 남한출신, 6.25당시 한국군을 위해 일했던 사람들, 가족가운데 행방불명이 된 사람들, 연안파출신의 가족들, 갑산파와 연계된 사람들 등 소위 하층신분계층은 20여개로 세분화돼 있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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