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동우기자
  • 입력 2017.01.04 09:00

[제1부 새로운 사회 -한국만의 강점 살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사진=YTN 캡쳐>

[뉴스웍스=김동우기자]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한다. 광화문에서 타오른 100만 촛불에 담긴 꿈은 민주주의와 개혁이다. 그들이 외친 ‘대통령 하야’ 구호 속에는 부패를 청산하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자는 염원이 담겨 있다.

이제 도려낼 부분은 과감히 도려내고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살려야한다. 지나온 역사를 되짚으며 미래를 위한 한국의 가치를 되살릴 때다.

◆ 풍류(風流) DNA

한국인만큼 가무(歌舞)를 즐기는 사람들도 드물다. 고구려 무용총의 동벽에 그려져 있는 무용도에는 남녀가 대열을 짓고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서는 “동이 백성들은 가무를 즐겨 읍성에선 한밤중이 되면 남녀가 무리지어 모여서 노래하고 유희를 즐긴다”고 쓰고 있다.

이런 특성을 최치원은 ‘풍류(風流)’라 표현했다. 풍류는 고유한 사상적 전통이나 종교적 풍습의 의미가 아닌 자연과 가까이하고 멋과 운치를 즐기는 삶의 태도를 지칭하는 말이다.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는 창과 판소리, 마당놀이 등 전통공연과 지난 19일 광화문에 울려 퍼진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도 풍류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풍류 DNA는 K-POP과 한류 콘텐츠로 이어졌다. 한류문화는 이미 아시아에서 주류문화로 인정받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에서도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으로 당당히 자리 잡은 것이다. 소프트파워(Softpower) 시대다. 백범 김구가 주창했던 ‘문화강국’이 되기 위해 이러한 특성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 다이나믹 코리아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는 지난 2002년부터 한국 정부가 내걸었던 국가 브랜드다. 지난 7월 새로운 국가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가 발표됐지만 ‘다이나믹’이란 단어만큼 한국을 잘 설명하지는 못하는 듯 하다.

한강의 기적의 발판에는 한국 특유의 역동성이 있었다. 한국은 국가의 기반시설과 강산을 모두 잿더미로 만든 전쟁을 치르고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으며 치열한 투쟁 끝에 민주주의를 이뤄냈다. 외환 위기에는 온 국민이 뜻을 모아 금모으기 운동을 하는가 하면 월드컵에는 수백 만 명의 응원단이 거리에 나와 거리를 붉은 함성으로 물들이기도 한다. 또 글로벌 기업들의 최첨단 IT제품들이 제일 먼저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곳도 한국이다.

외국기업들이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시장의 역동성과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력에 있다. 댄 니어리 페이스북 부사장도 “세계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진화하는 시장으로서 모바일 동영상 콘텐츠 등 사업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나라”라고 말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한국 특유의 역동성이 다시 한 번 발휘돼야 한다.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지식과 창의력에 바탕을 둔 미래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또 이를 위해 교육‧노동‧복지‧공공부문에 대한 개혁도 필수적이다.

◆ “나라를 지킨 것은 백성들”

지난달 29일부터 토요일마다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매주 수십만이 모이고 있음에도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100만명의 시민들이 종로일대에 집결했으나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경찰도 이례적으로 “(평화시위를 하는) 시위대에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시위대는 100만명의 인파에도 이성을 잃지 않았고 질서정연했다. 폭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족, 연인 단위 시위대의 손에는 촛불과 휴대폰이 들려있었다. 개사한 대중가요를 함께 부르며 평화롭게 행진했다. 해학적인 패러디로 각자의 주장을 표현하고 공감했다. 종로일대의 상가는 재료가 다 떨어져 장사를 마감하는 등 오히려 대목을 맞았다. 마치 시위가 아닌 축제의 모습이었다.

국민들은 평화시위로 민주주의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줬다. 품격 있는 집회로 대통령이 무너뜨린 국격과 자존심을 세웠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과 현직 대통령 피의자 입건 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도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수준 높은 국민들에게 있다.

역사강사인 설민석씨가 한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한 말이 화제다. 그는 “임진왜란 등 나라가 어려울 때 나라의 주인이 돼서 나라를 지킨 것은 우리 백성들이다”고 말했다. 한국은 수많은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이겨냈다.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 번 일어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만의 차별화된 DNA를 찾아 확실한 경쟁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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