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재갑기자
  • 입력 2015.11.15 17:01

하나고등학교 입시 부정의혹을 조사해온 서울시교육청이 입학전형 과정의 성적조작 정황을 확인, 하나학원 김승유 이사장 등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하나고는 남학생 합격자 비율을 높이기 위해 입학전형의 서류·면접과정에서 합격선에 미치지 못한 남학생들에게 '보정점수'를 따로 주는 수법으로 지원자들의 등수를 뒤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15일 이런 내용의 하나고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는 2011∼2013학년도 신입생 입학전형에서 1차 서류와 2차 면접 전형이 끝나고 명확한 기준과 근거도 없이 보정점수를 부여, 지원자들의 등수를 재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합격선 아래에 있었던 학생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3년간 매년 30여 명씩 총 90여명이 합격해 입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보정점수 덕분에 등수가 올라 결과적으로 입학에 성공한 지원자들은 대부분 남학생이었다.

하나고는 하나금융그룹의 학교법인인 하나학원이 2010년 3월 은평구 진관동에 자립형 사립고로 설립했으며, 개교 이후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됐다.

하나고는 전국 자사고 중 민족사관고 등과 함께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10개 학교 중 하나로 많은 중학생과 학부모들이 진학을 꿈꾸는 명문 고교라는 점에서 학교의 명예 실추가 불가피해 보인다.

◇서류·면접 점수 외 '종합적 판단'…"남학생 합격시키려는 장치"

서울시교육청의 특별감사 결과 하나고는 2011∼2013학년도 신입생 입학전형에서 1차 서류와 2차 면접 전형이 끝나고 특별한 기준도 없이 보정점수를 통해 지원자들의 등수를 재조정한 사실이 적발됐다.

교육청은 서울시의회가 4월 구성한 하나고 특위가 8월 이 학교 전 모 교사의 제보를 받아 관련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뒤 9월부터 하나고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해왔다.

감사 결과 하나고는 2011∼2012학년도 입학전형에서는 1차 서류전형에서 0.1에서 1.7점 사이의 보정점수를 부여하고, 2차 면접에서는 일부 학생에게 5점을 주고 다른 학생들은 0점을 주는 방법으로 학생들의 등수를 인위적으로 조정했다.

2013학년도에는 일부는 가점을 주고 일부는 감점을 주는 식으로 점수를 재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 같은 '보정점수'가 전형 과정에서 뚜렷한 기준과 근거도 없이 주로 이 학교 현직교사들로 구성된 전형위원회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는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서류와 면접은 항목별 평가기준이 명확히 규정돼 있는데 이 학교는 특이하게도 1차와 2차 전형을 마치고 마지막에 '종합적 평가'라는 항목을 통해 자의적으로 보정점수를 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이 보정점수를 지원자들의 점수를 재조정하기 위한 장치로 보고 있다.

교육청이 확인한 결과 2011학년도 28명(남자 25명), 2012학년도 32명(남자 29명), 2013학년도 29명(남자 24명)이 애초 합격선 아래에 있었지만 이런 식의 점수 조정을 거쳐 최종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고의 신입생 입학정원은 매년 200명 내외다.

교육청 관계자는 "소수점 둘째 자리 점수만으로도 당락이 갈릴 만큼 치열한 자사고 입학경쟁에서 합당한 기준과 근거도 없이 큰 점수를 '종합적 평가'라는 자의적 명목으로 준 것이 합격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감사팀은 2014∼2015학년도 입학전형의 성적 조작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2014∼2015학년도는 학교 측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조작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남녀 합격생 비율이 직전 3개년도와 흡사하게 나온 것으로 미뤄 어떤 식으로든 조작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고 측은 이 학교 전모 교사가 8월 서울시의회에 출석해 신입생 성적 조작 의혹을 제기한 이후 "기숙사 시설 문제로 남녀 비율을 비슷하게 맞추려고 조정한 것이며 입시부정이 아니다"라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교육청 관계자는 "단지 성비를 맞추려는 이유라면 남학생을 차점자 순으로 그대로 올려 합격시키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만 하나고는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이런 식의 점수 재조정을 통해 애초 190위권에 있던 남학생이 일반전형 모집정원인 120등 안으로 진입해 합격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하나고 측이 입학전형에서 떨어뜨린 여학생 수와 합격시킨 남학생 수가 비슷하게 나왔다"며 "남녀 성비를 비슷하게 맞추려고 점수를 조작했다는 것이 감사팀의 최종 판단"이라고 말했다.

교육청은 남녀 성비 조정의 의도 외에 입학 전형 과정에서 외부의 청탁이나 금품수수 등의 정황이 있는지도 조사했지만 특별한 증거나 증언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수사권한이 없어서 그런 부분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며 "의혹이 있다면 수사기관이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교육청은 이외에도 교원 채용절차를 어기고 시설관리 계약을 하면서 법규를 지키지 않은 점 등 위법 정황을 다수 확인했다.

특히 하나고는 하나금융그룹 임직원들이 출자해 설립한 한 시설관리 회사에 2010년부터 최근까지 100억원 상당의 학교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몰아준 사실도 적발됐다.

국가계약법상 사립학교의 수의계약은 추정가격이 5000만 원 이하인 용역계약일 경우에만 할 수 있지만 하나고는 10억원이 넘는 계약 여러 건을 수의계약으로 이 업체에 몰아준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청 관계자는 "경쟁입찰을 했다면 훨씬 낮은 금액으로 계약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높은 금액을 책정했다"며 "사안이 중대해 일종의 배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이렇게 다수의 위법 정황이 드러난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과 하나고 교장과 교감, 행정실장 등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또 교장과 교감, 행정실장을 파면하라고 학교법인에 요구했다.

교육청은 검찰 수사가 종료되면 그 결과에 따라 김승유 이사장의 임원승인을 취소하고 하나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의혹을 처음 제기한 교사를 하나고 측이 서둘러 징계하려고 해서 제보자 보호 차원에서 정해진 일정보다 앞당겨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며 "입시부정에는 지속적인 관리·감독과 함께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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