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11.26 18:48

[뉴스웍스=한동수기자] '양심', '상식', '도리', '이치'...세상에서 소위 잘 나가던 몇몇들이 잊었던 낱말들이다. 요즘 세상이 바뀌는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26일 전국적으로 궂은 날씨에도  화산이 폭발하듯 190만 시민이 쏟아져 나왔다. 화산이 용암을 분출한 듯 했다. '용암'은 솟구치는 순간 섭씨 1400도에 달한다. 용암은 갑자기 터져 오르는 것이 아니다. '마그마'가 지표면 아래에서 바위마저 녹일 수 있는 내공을 쌓은 후 터져 오르면 '용암'이다. 용암이전 지표면 아래 '마그마'는 무려 1500도라고 한다. 마그마가 표면위 공기와 맞닥뜨린 용암보다 뜨거운건 당연한 이치다. 땅 속에서 바위마저 녹여버리는 1500도의 '마그마'는 어쩌면 '민중'이다. '마그마'가 참다참다 순식간에 솟구치면 본색을 드러낸 '용암'으로 바뀌고, '민중'이 솟구치면 '역사'를 만든다.

2016년 11월. '대통령 하야'라는 말이 신문, 인터넷, TV할 것없이 자연스럽다. 언제 이런 시절을 누려 본적이 있었던가. 촛불은 바람불면 꺼질수 있지만 지표면 아래 '마그마'나, 솟구쳐오른 '용암'은 바람을 쉽게 잠재운다. 이는 과학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참다가 폭발하는 것이 민중이다

우리 현대사에는 1919년 3.1운동, 1929년 11.3광주항일운동, 1960년 4.19혁명,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지표면 아래에 숨죽이고 있던 '민중'이라는 ‘마그마’의 폭발이 있었다. 1987년 6.10민주항쟁이 ‘용암’으로 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선대(先代) '마그마'의 산물이다.

마그마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하지만 용암이 되면 세상 속 수많은 세력인 '공기'와 만나야하니 속절없이 낮아지는 온도를 막을 길이 없다. 그냥 생명없는 고체로 굳기도한다. 그렇다고 솟구쳐 올라 '용암'이된 '마그마'를 탓할 수는 없다. 

인간이 자연의 이치를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국에도 국민의 절반가까이가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나"라는 냉소에 빠져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주말이있는 삶'을 원한다

대자연의 신비에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깨닫는 것일 수 있다.  그동안 분출됐던 용암을 보고 깨달아야 한다. 비록 굳어버리고 때론 초라해진 용암이라도 보고 깨달아야 한다.  용암으로 분출되기 위해 수많은 세월을 땅속에서 숨죽이며 견뎌냈던 용암 이전 땅속에 '마그마'의 모습을 기억해야 한다.     

땅 속의 마그마는 온도가 올라가면 폭발한다. 이것은 미신이 아니라 자연 이치다. 마그마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안 보인다고 우습게 봐선 안된다. 지금 그 마그마가 폭발하기 직전의 상황이다.

우리는 3.1운동이후 100년이 안된 세월 속에 너무 자주 마그마를 분출시켰다. 일제시대 이후만 놓고 보더라도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횟수로 온 국민이 나라를 걱정해야 했다. 전쟁도 격었다.  국민 탓할 용기가 없거든 이젠 좀 바뀌자. 그만 좀 하자. 국민을 어려워 하고 잊었던 낱말들을 되찾자.  하루에 세번 반성한다는 '삼성오신(三省吾身)'은 못하더라도 '염치'만 있으면 바뀔 수 있다. 벌써 5주째다. 어느새 국민은 '저녁이 있는 삶'보다 '주말이 있는 삶'을 원한다.   

기억하자 이 낱말들을

2016년 11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잠시 잊고지냈던 ‘양심’, ‘상식’, ‘도리’, ‘이치’라는 낱말을 되찾자.

박근혜 대통령의 최신 지지율이 4%라고 한다. 기자는 나머지 96%에 속해 있지만 이렇게 한 달만에 대통령 지지율이 급전직하(急轉直下)한 것이 오롯이 박 대통령의 잘못이라는데는 반대한다. 왜 박근혜에게만 무거운 십자가를 지우는가. 냉정하게 따지자면 현재 일어나고있는 '박근혜 퇴진 운동'은 지표면 아래서 켜켜이 쌓이고 쌓였던 '마그마'가 결국 폭발하는 '임계점' 아닐까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동안 ‘양심’을 잊고 ‘상식’밖의 행동을 일삼았고 도리(예를들면 언론의 도리)를 다하지 않으면서 ‘이치’에 어긋나게 살았던 지표면 아래 숨어있는 바위들이 있었다. 이제 영원할 줄 알았던 그 '바위'마저 민중이라는 ‘마그마’에 녹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활화산이다.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마그마'가 '용암'으로 변해 분출할 듯하다. 

‘용암’은 ‘마그마’보다 약하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양심', '상식', '도리', '이치'라는 공기처럼 없어서는 안될 언어를 띄워라도 놓자. 그래야 '마그마'가 인고(忍苦)의 세월을 지내고 만들어낸 '용암'의 현실타협 속도를 조금이라도 줄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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