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재천기자
  • 입력 2017.01.06 09:00

[제1부 새로운 사회 -원칙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기본을 지키는 사회돼야]

지난 2014년 이번 정부 국무위원 공무차량으로 밝혀진 불법주차 모습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었다. 해당 차량 장관실은 곧바로 "급한 업무로 인해 잠시 주차했다가 곧바로 시정조치했다"고 해명했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선 '갑질 주차'로 회자됐다. <사진출처=유튜브캡쳐>

[뉴스웍스=이재천기자] 대통령이 피의자로 몰리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면서 사회가 혼란스럽다. 검찰이 27일 현재 이번 게이트와 관련해 기소한 최순실, 안종범, 정호영, 차은택, 송성각 등의 공소장에는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문구가 여러차례 등장한다. 대통령과 이들이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특권을 누린 것이 드러나고 있는 순간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를 ‘확 뜯어고쳐야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사회지도층의 특권의식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이자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은 바로 특권의식”이라고 그의 저서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설명했다.

원칙,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지난 17일 대학수학능력고사가 치뤄진 부산의 한 시험장에서 도시락안에 있던 엄마의 핸드폰으로 인해 퇴장조치 당한 한 재수생이 있다. 이 학생은 다음날 같은 시험장에 있던 수험생들에게 “소란을 피워 미안하다”며 인터넷을 통해 공개 사과까지 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은 따뜻한 마음을 갖고 산다. 이들에게 원칙을 좀 어겨도 된다는 특권의식이란 찾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 청담동 '차움클리닉'에서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VIP시설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은 이 시설을 이용하면서 1억5000만원에 달하는 회비는 물론 진료비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JTBC영상캡쳐>

지난 26일 주최측 추산 190만명이 전국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튿날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던 광화문 일대는 한산했지만 깨끗했다. 추위속에서 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주변을 깨끗하게 치우고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전날 100만명이 넘는 시민이 모였다면 믿기 어려울 정도다. 외신은 100만명이 넘는 시민이 ‘정권반대’ 집회를 하면서 단 한건의 입건이나 사고가 없었고 거리는 깨끗했다는 내용을 서울발 뉴스로 비중있게 보도했다. 외신기자들이 지난 26일 집회에서 뉴스가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시민의식을 꼽은 셈이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남들보다 조금 더 편해보려는 특권의식이 없었기에 가능한 뉴스였다.

지난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에서 세모녀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유서와 함께 70만원을 남기며 공과금과 집세를 내달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밀린 집세에 대해선 집주인에게 사과도 했다. 이들에게 공과금을 면제 받거나 내야할 돈을 면제받을 수 있는 특권은 없었다.

사회적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는 일련의 사건들은 도리를 다하려고 실패하고 쓰러진 민초들의 이야기다. 이들을 지켜주기 위해 목숨걸고 원칙을 지켜야할 책임을 부여받은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고위 인사들이 제역할을 못할 때 원칙은 약자만 지켜야할 몫이되고 만다. 특권의식이 만연한 사회는 불신을 낳는다. 사회 통합은 물건너가고 특권있는자 주변에 줄서기가 능력보다 보상 받는 사회로 전락한다.

‘사회악’ 특권을 없애자

우리는 지금 한 권력자 주변에서 특권을 누린 최순실에게 지쳐있다. 최고 권력자가 ‘선생님에게 확인(컨펌)했는지’를 확인하는 순간, 그 선생님 주변에 사람은 넘쳐났다. 선생님에게 잘보이면 자리가 생기고 이익이 생겼다.

최순실을 아는 것이 특권인 세상이었다. 서울 청담동에서는 3억짜리 계모임이 생겼고 그녀의 자녀와 조카는 특혜로 대학에 입학했다. 최씨의 딸 정유라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한국체육대학과 이화여대에서 각각 1명의 수험생은 불합격 당했다.

이들이 너무도 당연히 특권을 누리는 동안 원칙을 지켰던 이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런 사회에서 제대로된 민주주의를 얘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특권이라는 고인물이 있었다. 이제 그 특권을 내려놓아야 할 때다.

특권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갖지 않으면 내려놓을 일도 생기지 않는다.

최강욱(변호사)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우리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경쟁의 승리에만 매달렸지, 건전한 동기를 가지고 단계를 밟아 성공한 것이 아니다”며 “바로 이런 문제로 인해 자리에 앉으면 특권의식이 강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권의식이란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가진 소위 엘리트들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라며 “학교에선 특권을 가져야 성공이라고 가르치지 않지만 공부를 잘한 사람들이 특권을 누리려고 줄서기를 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모순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선...대통령이 국민들과 함께 줄서기도

"기본부터 지키며 국민통합 이뤄내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특권으로 병들었다고 판단된다면 치료해야 한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결국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을 지키는 것만이 사회악 ‘특권’을 뿌리뽑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룰을 어기는 것을 권력이나 능력으로 생각하는 사회에서 ‘국민 통합’을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최순실게이트'로 방향을 잃고 있다. 대통령 묵인하에 비선실세들의 소위 '갑질' 특권남용이 국가 신인도마저 추락시키고 있다. 

최순실게이트 이전에도 우리 사회의 '갑질'은 빈번했다. 여객기 회항사건, 운전기사 폭행 등 그동안 재벌 오너가족들이 보여 준 갑질은 도를 넘어 설 정도였다.  이제 뜯어고쳐야 한다. 

장하성 교수는 "우리가 선진국 문턱을 넘고자한다면 개인소득 3만달러보다 선행돼야 할 것이 갑질병폐부터 뿌리 뽑아야한다"며 "사회가 투명해지고 특권의식인 갑질이  없어지면 소득 3만달러는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대니얼 히긴스(왼쪽사진) 아일랜드 대통령,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기위해 시민들 뒤에 선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귀드니 요하네손 아이슬란드 대통령. 피자를 사기위해 시민들과 줄을 서있는 모습. <사진출처=유튜브캡쳐>

정치권도 달라져야 한다. 이번 '최순실게이트'가 어떤식으로 마무리되든 우리는 내년 크고작은 선거를 치러야 한다. 4월에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고 대선은 예정된 12월보다 빨리 치러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권을 누리기 위해 준비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이번에는 걸러내야 한다. 

특권문화가 만연된 우리 사회에서 당장 피자집과 현금인출기앞 시민들과 함께 줄 서 있는 해외의 대통령을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어떤 후보가 기본을 지키고 특권을 누리지 않을지는 구분해야 한다. 여기서부터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장하성 교수는 “정치인들이 공약을 지키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에 해당하는데 그동안 이런 것조차 지켜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더 이상 약자에게만 강요되는 사회적합의나 원칙이 존재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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