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소운기자
  • 입력 2017.01.13 17:39

[제1부 새로운 사회-낡은 패러다임 바꾸고 '촛불세대'에 민주사회 물려줘야]

[뉴스웍스=이소운기자]‘최순실 사태’가 온나라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지 한달. 그동안 많은 사실이 봇물 터지듯 밝혀졌고 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면서 절망, 분노, 암담함 등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 교차했다.

이제 최순실사태로 결집된 촛불 에너지를 국가 대변화의 동력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방안과 실천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가 올때마다 한국은 늘 업그레이드됐다”는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의 말대로 우리는 캄캄한 터널 저 끝에 어렴풋이 비치는 빛줄기를 찾아 빨리 이 터널을 빠져나가야할 책무를 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가적인 큰 불행이 쓰나미처럼 덮쳐왔지만 온 국민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혜를 모아 훗날 되돌아볼때 민주주의가 성숙해가는 과정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최순실 사태가 가져다준 긍정적 효과로 ‘터진 것 자체가 불행 중 다행’이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곪을대로 곪은 이 사태가 터지지 않고 적당히 봉합됐다면 커질대로 커져 온몸에 퍼진 암덩어리처럼 결국은 되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를 수도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당장 다음 대통령을 뽑을 때에는 이전보다 훨씬 도덕적으로, 이전보다 훨씬 치밀하게 검증할 수 있는 토양이 깔렸다는 점만으로도 우리는 터널 끝의 빛을 찾아낸 것이 아닐까.

◆낡은 정치경제 패러다임 바꿀 기회

‘터진 게 불행 중 다행’이라는 의미는 한국의 낡은 정치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확실한 계기를 제공했다는 뜻으로 요약된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게이트는 탐욕적인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시대착오적 정부 경제정책 패러다임이 낳은 결과”라고 진단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기에 정부가 기업과 시장을 주도한 ‘권위주의적 산업화’라는 ‘박정희 패러다임’을 민주화와 산업화가 이뤄진 21세기에 그대로 적용하면서 개인 비리가 끼어들 수 있는 여지가 커 오작동과 부작용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 주도, 대기업 중심의 갑을구조로 이뤄온 추격형 효율 경제에서 민간 중심의 대중소기업 협력 체제 하에 혁신이 주도하는 선도형 창조경제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지금 전세계에 불어닥친 4차 산업혁명은 국가 구조조정의 절호의 기회다. 4차 산업혁명은 클라우드,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융합기술을 활용한 기술혁명인 동시에 현존하는 사회 문제를 풀어나갈 스마트한 4차산업 국가를 건설할 사회제도 전반의 혁명이다. 모든 사회 부문을 개방혁신하면서 효율화를 꾀해 스마트한 4차 산업혁명 국가 구조로 대변신해야 한다.

◆비폭력 평화 시위로 대내외에 국격 높인 것도 성과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과 정경 유착으로 요약되는 구시대적 정치경제 행태로 국민들의 자존심이 구겨졌지만 전혀 예기치 않은 사태에 국민들이 비폭력 평화 시위로 맞서고 있는 점도 성과다. 다섯 차례 집회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불의에 대한 저항, 분노하되 절제되고 양식 있는 행동은 국민들에겐 체면이 있고 국가엔 국격이 있음을, 따라서 지도자에게도 걸맞는 자격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실제로 외신들은 한국의 수준높은 평화시위를 극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매우 평화로웠고 축제 같았다", 영국 BBC는 "대규모 집회에서 폭력이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들마저 집회 규모와 평화적인 시위 모습과 성숙한 시민의식 등을 인상 깊게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될 정도다.

◆‘촛불세대’라는 신 정치시대 등장 예고

최순실 사태는 그동안 정치뉴스를 외면했던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면서 4·19세대, 6·10세대 이어 신 정치세대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걸그룹 중 누가 더 인기가 많은지 다투고 스마트폰으로 최신가요를 찾아보던 1020 세대가 정치뉴스를 읽고 SNS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박근혜 하야가'를 듣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중고교 교사들은 “집회에 나온 청소년, 대학생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며 이에 대해 책임질 줄 아는 ‘민주 사회의 구성원’”이라며 “한국은 이제 원칙과 타협하지 않는 10·20세대 수백만명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4.19혁명, 6·10항쟁을 몸으로 경험한 이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지금 10~20대 ‘촛불세대’들이 훗날 비리로 얼룩진 국가를 국민의 힘으로 바로 세웠다고 자부할 수 있도록 끝까지 이번 사태를 잘 마무리해야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