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7.01.16 08:50

[2부 새로운 정치-오늘은 역사의 법정이다]

2013년 2월25일 열린 제18대 박근혜대통령 취임식장 모습. 박 대통령은 6공화국들어 처음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대통령이 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DB>

[뉴스웍스=한동수기자] 2008년 3월19일. 18대 총선(2008년4월9일실시)을 20여일 앞두고 ‘친박연대’라는 '사교모임'같은 정당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다. 불과 지금으로부터 8년전 일이다.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없는 현역 정치인을 내세운 정당이 등장했다. 정치적 이념이나 정책보다 일부 지역과 연령층을 공략한 이 당의 선거전략은 성공했다. ‘친박연대’는 18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14명(지역구 6, 전국구 8)을 배출한다. 

우리 정치사의 초라한 자화상이다. 

친박연대 등장은 ▲3김이후 계파정치 부활 ▲비민주적 정당운영 ▲공천불복종(이명박계 공천학살이 친박연대 탄생의 배경이다) ▲소신없는 정치인양산 등 하류 정치의 축소판이다.

정당은 이념이나 정책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모인 조직이다. 정책과 이념의 동질성보다 박근혜와 친하다는 유사성으로 모인 구성원들은 2013년 정권을 잡았다. 우리는 지금, 8년전 수준 낮은 정치와 정치인들을 인정해주고 눈감아줬던 혹독한 대가를 치루고 있다. 

이제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경제, 사회 모든 방면이 멈추고 뒷걸음질 친다. 이제 정치를 뜯어고쳐야만하는 이유다.

뿌리뽑자 '불신'

거짓말하는 정치를 추방해야 한다.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이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두 번 다시 정치권에 발붙일 수 없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 

정치인들이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 불신이 커지면 투표율이 낮아진다. 선거에서 검증이 제대로 안되면 거짓말하는 정치와 줄서기 정치가 판을 친다. 국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다.

'최순실게이트'가 대통령 퇴진요구로 이어진 이유는 여럿있겠지만 결정타는 ‘거짓말’이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이 연설문에 관여한것은  취임 초라고 했지만 최근까지 지속됐던 증거가 속속 나왔다. 박 대통령은 사익추구를 해본적이 없다고 했지만 롯데‧KT‧현대차 등을 대상으로 인사와 하청업체 선정에 관여한 증거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것 이외에도 더 많다.

박 대통령은 신뢰를 잃었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하야한 것은 거짓말 때문이다. 

국민은 1960년 4.19혁명, 1987년 6‧29선언을 거치면서 대통령 직선제까지 이끌냈지만 정치는 뒷걸음질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거짓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풍토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이 거짓말을한 정치인과 정당을 심판하고 버려야 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높은 민도(民度)를 무시하지말라

정치인들이 국민 수준을 평가절하해선 안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교육수준과 정보통신망을 갖추고 있다. 이 두 요인이 민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30~40대 대졸자가 80%를 넘어섰다. 이와 함께 정보통신망의 발전은 빠른 정보교류를 가능케했다. 정치 현상에 대한 분석이 예전에 비해 괄목상대다. 어떤 정책이 발표될때마다 그 배경을 국민들이 먼저 꿰뚫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어설프게 국민을 설득하거나 어떤 꼼수를 가지고 달콤한 정책만으로 정권을 잡는것은 불가능하다.  우리 정치는 예전보다 달라진 민도를 감안해야 한다.

100만명이 넘게 모인 촛불집회는 평화적이다. 정치권은 이런 국민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깨달아야 한다. 앞으로 국민 눈높이를 얕잡아 본 정치인이나 정당이 정권을 잡을 수는 없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외신들이 최근 촛불집회를보고 박 대통령이후 한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잇따라 평가한다”며 “이는 한국인들이 높아진 교양 수준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의 지적수준이 높아지고 정보량이 늘고 있는데 정치인들만 예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정치는 발전할 수 없다”며 “이번 최순실사태이후 정치인들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뻔한 속셈이 보이는 정치말고 그야말로 대의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차라리 '로비스트법' 만들자 

6공화국들어 6명의 대통령이 나왔다. 이 중 대통령 예우를 받고 있는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 가운데 본인이나 친인척이 검찰 수사와 처벌을 받지 않은 대통령은 단 한명도 없다. 이런 비극의 단초는 ▲정경유착 ▲인허가 ▲인사 등 다양하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공개적인 로비허용 혹은 로비스트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방위산업 대미 로비스트로 알려졌던 '린다김(한국명 김귀옥). 그녀는 1996년 정찰기 도입관련, 국방부장관과 스캔들로 화제가 됐었다. 린다김이 SBS아침프로그램에 출연, 인터뷰하는 장면. <사진=SBS영상캡쳐

미국은 로비공개법(the Lobbying Disclosure Act)을 시행하면서 정관계에 합법적으로 로비스트들의 활동을 인정한다. 이를 모델로 지난 9월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같은 상한규정을 명시하면 오히려 투명한 사회로 갈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는 얘기다.

장화식 전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로비스트법(가칭)을 만들면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는 비공식 조직이 음지에서나와 양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법망을 피해가면서 권력과 친분이 있던 소위 실세들을 로비스트로 등록하게하면 깨끗한 사회의 첩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정치가 올바른 길로 가려면 음성적으로 행해지던 관행들을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법 테두리내에서 용인할 수 범위를 시대에 맞게 넓혀주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생각해볼 만한 일이다. 제도도 필요하다면 현실에 맞게 뜯어고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역사는 앞으로 나가야 하고 시대와 호흡하지 않는 정도(正道)는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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