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12.22 17:48

[뉴스웍스=김벼리기자] 4차 산업혁명과 음향. 큰 연관이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소통’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특성상 음향은 앞으로 핵심적인 ‘가교’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가상현실(VR)을 통해 가상세계를 체험한다고 해보자. 아무리 시각적으론 완벽하다고 할지라도 음향이 조악하다면 현실성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IT기업들은 음향기기 전문업체들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14일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자장치 부품업체 ‘하만’을 인수했다. 인수액만 9조원. 초대형 '빅딜'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만은 ▲명품 오디오 '하만 카돈·마크 레빈슨' ▲블루투스 헤드폰과 이어폰을 만드는 'AKG' ▲블루투스 스피커를 만드는 'JBL' 등을 보유한 오디오 전문업체다.

당시 인수를 두고 삼성은 ‘전장사업 강화’를 내세웠지만 스마트폰을 비롯 사물인터넷(IoT) 상품의 음질강화도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사장은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열린 하만 인수사업 설명회'에서 "내년 인수가 마무리되고 본격 기술협의에 들어가면 2018년 출시될 스마트폰 모델에서 하만의 오디오 기술이 탑재된 제품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오는 2018년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갤럭시S9'에 고도화된 음질기술이 탑재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앞서 내년 상반기 공개예정 '갤럭시S8'에는 인공지능(AI) 서비스를 탑재한다고 알려진 만큼, ‘갤럭시S9’는 AI서비스의 음질 강화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과 네이버도 AI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음향 전문업체와 사업제휴에 힘쓰고 있다.

SK텔레콤은 자회사인 아이리버와 손잡고 자체 개발한 AI서비스 '누구(NUGU)'의 음질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이리버의 자체 프리미엄 사운드 기술 '아스텔앤컨'의 음질 튜닝 노하우를 적용, 음질을 대폭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이버도 지난 9월 프랑스의 오디오 브랜드 '드비알레'를 ‘코렐리아 캐피탈 펀드’의 첫 투자처로 택했다. ‘코렐리아 캐피탈 펀드’란 유럽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출범시킨 펀드다. 코렐리아 펀드와 중국 IT 기업 폭스콘, 프랑스의 르노 등이 총 1억유로(약 1200억원)를 공동투자하는 방식이다. ‘드비알레’의 기술은 내년부터 네이버의 AI서비스 '아미카'에 접목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관련 전문가는 “집에서 AI와 소통할 때 고성능 스피커가 '가교' 역할을 맡을 것”이라면서 “집 밖에선 스마트폰이 가교 역할을 맡더라도 집에선 IoT 제품에 일일이 음성인식 기술을 접목하는 것보다 'AI 스피커'를 연결 접점으로 삼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스피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가정용 AI 상품의 대중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시장조사기업 가트너는 오는 2020년 AI 스피커 시장 규모가 2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이 하만을 인수하는 등 업계에선 AI와 소리의 접점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가정용 AI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면 스피커의 음질이 상품 차별화를 위한 중요한 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