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기자
  • 입력 2016.12.04 12:25

극우 노선 회귀시 탈EU 가속화...美트럼프 충격 이어 유럽 정치경제도 충격파

[뉴스웍스=박명수기자]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에서 유럽의 정치·경제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역사적인 투표에 돌입했다.

이탈리아 개헌 찬반 국민투표는 부결될 경우 반대를 주도해온 포퓰리즘 세력이 득세하면서 이탈리아의 유럽연합(EU) 탈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는 과거 나치당원들이 세운 자유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국의 ‘트럼프 현상’이 유럽에서 재현되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990년대 중후반 유럽 극우 포퓰리즘을 주도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외르크 하이더의 후예들이 20여년 만에 유럽 정치 무대에서 주도권을 쥐면서 유럽이 극우 노선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서구 국가 중 유일하게 상원과 하원이 동등한 권한을 지닌 현행 양원제를 고쳐 상원의원 수를 줄이고 중앙 정부 권한을 강화해 정치 안정을 이루는 것을 골자로 한 헌법개정안을 놓고 국민의 찬반을 묻는다.

개헌 투표를 주도하는 마테오 렌치 총리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행정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개헌 국민투표에 자신의 거취로까지 연결시켰다.

반면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 등 야당은 렌치 총리의 개헌 주장을 반대하면서 이번 국민투표를 렌치 정부에 대한 심판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는 개헌 반대가 찬성을 5∼11%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실업률(11%), 과도한 국가 부채 등 경제난 속에서 국민투표와 거취 문제를 연결한 렌치 총리가 실제로 물러나게 될 경우 이탈리아 정계가 불확실성에 빠지고 이는 경제 불안으로 번져 금융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민투표 부결 시 세계 최고 은행인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 등 이탈리아 8개 은행이 도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욱이 개헌이 부결되고 개헌 반대를 주도하는 오성운동이 내년 조기 총선에서 집권이라도 하게 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오성운동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 나라) 탈퇴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데 유로존 경제 3위인 이탈리아가 탈퇴할 경우 EU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능가하는 충격파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대선은 유럽에 포퓰리즘과 네오나치즘 등 ‘나치 망령’을 다시 불러내는 것 이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자유당 대선 후보인 노르베르트 호퍼는 무소속 후보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전 녹색당 당수를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 내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벨런은 녹색당, 사민당, 국민당의 지지를 받고있긴 하지만 최근 9번의 여론조사에서 호퍼의 승리를 예상한 결과가 7번, 벨렌은 1번뿐이었다.

반난민 정책, 무슬림 차별, EU 탈퇴 등을 내건 자유당은 과거 나치당원들이 세운 정당으로, 외국인에 대한 반감을 품은 유권자들을 지지층으로 두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등 유력 일간지들은 호퍼를 ‘트럼프와 쌍둥이’라고 비판할 정도다.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상징적인 자리이지만 자유당이 이번에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2018년 총선에서 집권 정당이 되고 그렇게 되면 EU와 관계 악화, 나아가 EU 탈퇴까지 거론될 수 있다.

내년 4월 대선을 앞둔 프랑스도 지지율이 바닥인 집권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제1야당인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와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의 ‘극우 대 보수’ 대결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난민 대응 문제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가운데 유럽의 정치 지형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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