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7.01.25 08:56

[2부 새로운 정치 - '어떻게' 없는 포퓰리즘 배격해야]

[뉴스웍스=김벼리기자] 전 세계에 포퓰리즘(populism)의 광풍이 잇따르고 있다. 브렉시트(BREXIT), 버니 샌더스 및 도널드 트럼프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국민투표, 오스트리아 대선에 이르기까지.

한국도 마찬가지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수당’ 등 복지정책,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모병제’ 및 ‘사교육 철폐’ 등을 두고 포퓰리즘 논쟁이 뜨겁다.

◆ 재정파탄, 반목 야기하는 포퓰리즘 배격하자

포퓰리즘이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행태를 일컫는다. 권력을 획득·유지하기 위해 대중을 정치의 전면에 내세우고 동원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간접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포퓰리즘은 일정 수준 불가피하다. 국민이 투표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국민의 관심을 끌고 환심을 사야지만 한 표라도 더 얻을 수 있으며 그래야만 당선될 수 있다.

문제는 대중의 인기에만 매몰돼 대책 없이 ‘선심성’ 공약만 남발한다는 데 있다. 한마디로 ‘무엇을’만 있고 정작 ‘어떻게’는 뒤로 숨겨 ‘나몰라라’ 하는 것이 포퓰리즘의 근본적인 문제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6월 결국 제3의 대안으로 일단락된 ‘영남권신공항’ 문제였다. 겨우 갈등 격화를 막긴 했지만 대책 없는 선심성 사업제안으로 경남 밀양과 부산 사이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뿐만 아니라 해외관광객 및 의료관광객 유치, 수도권 전철 천안~청주공항 전용선 연결, 중앙선 전철 제천·단양 연결, 등 지역개발 공약 또한 빠질 수 없다.

심지어 이중에선 정부나 지자체에서 이미 추진하고 있거나 추진 중인 사업도 있다. 재탕·삼탕 공약도 수두룩하다.

이렇듯 ‘어떻게’에 대한 고려 없이 내놓는 정책들은 고스란히 재정파탄으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지역갈등, 세대갈등 등 집단들 사이의 반목만 키울 뿐이다.

관련 전문가는 “선거 승리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 공약의 특성상 사업의 필요성보다는 표심에 매몰된 포퓰리즘적 발상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며 “국가의 운명을 가늠할 만한 대형 이슈를 둘러싼 국내외의 실패사례를 본보기 삼아 앞으로는 국책사업에 연계된 사안은 선거공약에서 제외하는 방안에 사회적 총론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 무조건적인 포퓰리즘 저격도 자제하자

반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으로 포퓰리즘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다니엘 카너먼(D. Kahneman) 교수는 '같은 문제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판단과 선택이 달라진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프레이밍 효과'를 소개한 바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이는 주효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된다, 한국의 경우만 봐도 통상 여당은 ‘안보’, ‘경제성장’, 야당은 ‘복지’, ‘분배’ 등의 프레임을 선거마다 내세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프레임이 대중의 이성적 판단을 흐트러뜨리기 쉽다는 데 있다. 예컨대 어떤 정책을 두고 포퓰리즘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면 사람들은 그 내용의 옳고 그름을 엄밀히 따지기 전부터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다는 것이 카너먼의 설명이다.

언론 및 특정 정당들이 이런 전략에 따라 특정 프레임을 덧씌우는 것은 어제일이 아니다. 문제는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정책 의제에까지 ‘포퓰리즘’ 프레임을 써먹는 경우가 있으며 당사자 또한 이를 의식, 적극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관련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의 기로에 서있다. 특히 청년실업 문제 해소가 정말 중요하다. 이런 문제들은 간단히 포퓰리즘이라고 낙인찍거나 진영 논리로 프레임을 씌울 일이 아니다”라면서 “포퓰리즘을 배격하면서 정책적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진정으로 국민만을 생각하는 치열한 토론을 벌여야 하며 제도적으로도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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