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12.06 11:25

[뉴스웍스=김벼리기자] 돌아야 할 돈이 돌지 않고 있다. 단지 가계뿐만이 아니다. 기업과 정부, 소위 ‘3대 경제주체’가 모두 돈을 쓰지 않고 쌓고만 있다. 이는 곧 경제주체 개별적 차원에서는 재무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반면 경제 전체는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역설적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계가 제일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 소비(전국 2인 이상 가구)는 올해 3분기 내내 전년보다 줄어들었다. 반면 최근 5년 새 저축률은 갑절로 뛰어 올해에는 8.66%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 두 현상이 맞물리면서 가계 흑자율은 올해 평균 28.5%를 기록했다. 기록을 남긴 이래 최고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의 부채비율(자기자본 대비 부채)은 128%로 지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통계청이 중규모 이상 기업 1만2000여개(금융보험업 제외)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순이익(109조원)은 16% 급증(법인세 차감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업의 ‘긍정적인’ 상황은 상당부분 고용 및 투자 등 지출을 줄인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같은 조사에서 매출액(2,159조원)은 오히려 3.2%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정부 또한 같은 상황이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386조4000억원)보다 3.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가 전망하는 경제 팽창 속도(4.1%)를 밑도는 수준이다.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겼음에도 ‘긴축예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이도 마찬가지로 정부 차원에서 보면 긍정적이다. 현재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는 40.4%다. OECD 평균(약 115%)의 절반도 안 된다.

그러나 이처럼 3주체가 ‘절약’으로 일관하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과 반대로 국가경제의 차원에서는 저성장 기조로 이어진다. 이른바 ‘저축의 역설’이다.

실제로 양대 국제경제기구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내다보고 있다. 최근 OECD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6%로 당초보다 0.4%p 낮췄으며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 밑으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무엇보다 정부 차원에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금처럼 통화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역효과를 내는 상황이라면 정부가 직접 수요를 창출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면서 "정부 부채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재정 정책 외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기업에게 자유로운 경제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교수는 "저금리 속에 수익을 거둘 곳이 마땅치 않으니 돈을 계속 쌓아두는 것"이라면서 "기업의 활발한 활동을 제약하는 제약을 일시에 대거 제거해 경제의 주체인 기업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저소득 계층에게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련 전문가는 "부자와 저소득층에게 똑같이 10만원씩 준다고 해보자. 부자에게 10만원이야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저소득층에게 10만원은 곧 생필품 등의 소비로 이어질 것이다. 부채문제도 마찬가지"라며 "현재와 같은 저성장기조에서 소득재분배 정책은 ‘형평’이라는 도덕적 차원 이전에 ‘수요’라는 경제적 유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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