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기의 산티아고 몽유도⑯] 밝고 명랑하고 거침없는 스페인 아이들
텐트에 떨어지는 것은 빗방울인가 싸락눈인가? 12시간 이상 계속 뚜둑뚜둑 싸락싸락 떨어지는 하늘 물이 그치질 않는다.
텐트 속에서 뒤척이다 보면 도가 도인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빗속에서 텐트를 걷어야 할지 기다려야 할지 난감하기만 한데...어떻게 해야 하나? 하늘 구름층은 무겁고 천지는 불인하다 했으니 알 필요도 없을 지 모른다. 알 필요가 없으니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 텐트속에 누워버렸다.
27일 오후 4시 잠시 비가 그친 틈새 재빠르게 여장을 꾸려 Somo로 떠났다. 비가 갠 후 바람결이 제법 차다.
구부러진 차도를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며 경주하는 아이들, 광장에서 사람들 속에서 공을 차던 아아들, 그러다 불쑥 찾아 와 "유 니드 어 라이트?"라고고 묻던 아이...스페인 아이들을 위한 스페인 교육철학이 기본적으로 자유, 자율, 자존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 어디서든 누굴 만나든 밝고 명랑하며 거침이 없다. 그 거침없음이 또 천년을 이어가리라.
사회적 문화적 환경이야 깊이 알 길이 없으나 수없이 그물망처럼 삶의 길 위에 겹쳐진 까미노 데 산티아고의 문화 역사적 환경, 그리고 한없이 펼쳐진 푸른 자연환경의 생명 떨림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심성은 익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빗 속에서 Somo까지 이동하여 ‘캠핑 라타스’ 에 8시 도착했다. 입구 레스토랑에선 축제가 한창이다. 마이크에 시끄러운 라이브 음악...잠 못 이룰 불안감은 밤 12시가 넘어도 그치질 않는다.
불편하지만 나와 다른 세계도 늘 양행한다는 하늘 도의 가르침인가?
◇오늘의 산티아고 순례길=Bareyo→Galizano→Somo, Camping Latas 14.7㎞, 21,998걸음, 4시간 (까미노 참고용 : Bareyo→Somo 14㎞, 2시간 5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