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
  • 입력 2016.12.29 17:11
성수동에 있는 천주교 성당 뜰이다. 조선시대 임금이 행차해 군대 사열을 위해 머물렀던 성덕정(聖德亭)이 있던 자리다. 이 정자에서 비롯한 지명이 성수(聖水)다.

성동구의 남쪽에 있는 동네 이름이자 역명이다. 한강이 흐르고, 그에 합류하는 중랑천의 흐름이 보이는 곳이다. 한강의 흐름과 지천支川인 중랑천은 모든 물의 경우처럼 적지 않은 흙과 모래를 실어 날랐다. 따라서 이곳에는 비교적 너른 벌이 생겨났다. 그런 까닭에 이곳은 조선시대 군사훈련을 벌였던 지역이고, 그에 수반하는 군마軍馬를 길렀던 땅이라는 설명이 있다.

조선시대 임금이 이곳에 와서 군사훈련과 말 기르는 상황을 자주 점검했던 모양이다. 그런 임금의 행차에 대비해 성덕정(聖德亭)이라는 정자를 세웠던 듯하다. 성수의 지금 이름 첫 글자인 聖(성)은 이와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뒤의 글자 水(수)는 한강의 물을 길었던 뚝섬 수원지水源池의 첫 글자를 땄다고 하는데, 100% 석연치는 않지만 그렇게 받아들일 만하다.

한자 聖(성)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기독교 경전을 부르는 명칭인 성경聖經의 예에서 보듯이 우선은 종교적인 분야에서의 쓰임이 매우 많다. 종교가 추구하는 가치를 표방할 때 흔히 쓰는 글자다. 종교적 성질, 그 자신이 지니는 독자적인 가치를 형용할 때 대개 이 글자가 붙는다. 그렇지 않은 상태가 바로 속俗이다. 종교적 함의를 지닌 가치가 聖(성), 그와는 반대인 모습이 俗(속)이다.

이 글자 聖(성)에 귀를 가리키는 耳(이)와 입을 뜻하는 口(구)라는 글자가 붙은 점에 주목하자. 귀를 잘 쓰고, 입을 잘 쓰는 사람을 표현했다고 한다. 귀와 입을 잘 사용하는 사람? 남과의 소통에 능한 사람이다. 소통에 능하니 이치에 밝다. 따라서 글자 초기의 뜻은 모든 이치에 두루 밝은 사람을 가리켰다고 한다.

나아가 극히 지혜로운 사람, 일반인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사람의 뜻도 얻었다. 옛 동양사회에서 가장 높은 지혜를 이룬 사람에게 붙인 호칭이 바로 성인聖人이다. 주로 공자孔子가 핵심을 이뤘던 유가儒家에서 도덕과 지혜로움으로 가장 높은 경계에 오른 사람을 일컬을 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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