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7.01.03 14:52
“胡馬依北風(호마의북풍)-.”
북녘에서 태어난 말은 북쪽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반응한다. 우리는 그를 ‘그리워한다’라고 푼다. 저 태어난 곳에 대한 그리움, 사람의 감정을 동물에 이입한 관찰이다. 그런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이 있다. 중국 중북부의 험준한 산세를 타고 이어진 산시(山西)다.
기러기 넘는 관문이라는 뜻의 ‘雁門(안문, 옌먼)’으로 적는 곳이 중국에 있다. 이곳의 험준한 산악 지형을 이용해 만든 게 ‘雁門關(안문관, 옌먼관)’이다. 이 관문은 중국에서 흔히 ‘천하 아홉의 요새 중 으뜸(天下九塞之首)’이라고 일컫는 곳이다.
산시의 안문관 모습이다. 험한 요새로 유명하다. <산시성 여유국>
왜 기러기라는 명칭을 이 요새에 썼을까. 험준한 산악이라서 기러기조차 쉬어 간다는 뜻에서 붙였을 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발을 딛고 사는 이곳의 하잘 것 없는 경계를 훌쩍 뛰어 넘어 멀고 먼 저 바깥으로 날아가는 기러기의 존재가 부러워 그렇게 불렀을 수도 있다.
이 장에서 소개하는 지역은 산시다. 서북에서 동남으로 약 400여㎞를 지나는 거대한 산줄기가 있으니, 그 이름이 바로 태항산(太行山)이다. 중국 북부에서 발달한 황토(黃土) 고원 지대의 동쪽 경계선을 형성하는 곳이어서, 중국의 각 지역 지리와 인문의 생김새를 가늠할 때 항상 중시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우선 누르스름한 황토의 고원지대와 산줄기의 동쪽 너머에 있는 푸른 화베이(華北) 평원이 이 산을 경계로 갈라지기 때문이다.
이 태항산의 서쪽에 있는 땅이 ‘산의 서쪽’이라는 뜻의 ‘山西(산서)’다. 이 산의 서쪽 땅 북부에 있는 요새가 앞에 적은 ‘기러기도 쉬어 넘는 관문’인 ‘雁門關(안문관)’이다. 기러기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이 관문이 상징하는 바는 바로 전쟁과 전란, 그리고 사람끼리의 다툼과 부딪힘일 것이다.
지역 북쪽에 ‘천하 아홉 요새의 으뜸’이라는 최고의 관문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일단 새겨 볼 만한 대목이다. 그 상징처럼, 이 산시에서는 늘 전란이 일었다. 중국이 문명의 덩어리로 뭉치면서 그 외피를 채 굳히기도 전에 이곳은 북방 유목민족의 침략 루트였다. 늘 전쟁의 북소리가 번지고, 말들이 일으키는 자욱한 먼지에 휩싸였으며, 무기를 손에 쥐지 않은 사람들은 그 소리와 모습에 놀라 늘 갈팡질팡했던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