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인철기자
  • 입력 2017.02.21 09:00
홋카이도 노보리베츠 곰목장은 가까운 거리에서 곰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노보리베츠곰목장

[뉴스웍스=최인철기자]2016년 일본은 유독 '곰'과 인연이 깊은 한해였다. 

일본의 동북부 지역에서 개체수가 증가한 곰들이 민가로 내려와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곰 경계경보'가 내려졌다. 예년에 비해 유독 곰에 의한 피해가 많았던 것이다.

후쿠시마시에서는 퇴근하던 회사원의 자동차를 곰이 덮치는 등 도심까지 곰이 출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산간 지역 인근에서 '곰이 출몰한다'는 경계표시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산림보호가 지나치게 잘 유지되나보니 야생 곰들의 생태계가 잘 보전된 부작용(?)이라고나 할까.

특히 일본이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한계촌락'이 급증하는 것 역시 곰의 서식지를 늘리는데 한 몫하고 있다. 나이가 들고 힘이 달리는 노인들 상당수가 논과 밭을 경작하는 것을 포기하고 시골을 떠나는 등 빈집이 늘어나자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이전보다 많이 줄어들면서 인간의 경계를 넘보는 곰들이 많아졌다. 

곰이 워낙 많다보니 '곰 목장'도 곳곳에 존재한다. 홋카이도 '노보리베츠 곰목장'은 200마리에 가까운 곰을 보유한 최대 곰목장이다. 이 목장에서는 수십마리의 곰들에 둘여싸인 투명벙커에서 조그마한 틈을 통해 먹이를 줄 수 있는 '인간감옥'이 인기다. 살아있는 곰의 입냄새와 콧김을 느낄 수 있는 신기한 경험에서 느끼는 짜릿함은 확실히 남다르다.

곰을 마스코트로 하는 프로야구팀 '니혼햄 파이터스'는 지난해 10년만에 우승하면서 홋카이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니혼햄의 우승은 260억엔의 경제파급효과는 물론 홋카이도 주민들을 한데 묶는 정신적인 보상까지 가져다주기도 했다. 

대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봤던 일본 큐슈 '구마모토'시는 대표 곰 캐릭터인 '구마몬'을 중심으로 아픔을 털어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2016년 구마몬은 캐릭터 상품으로만 1007억엔의 매출을 올렸다. 호감도 조사에서는 53.6%로 유수의 인기 고양이 캐릭터 헬로키티(47.3%)를 제쳤다.

지난해 구마모토의 해외 관광객 증가율은 전년 대비 359%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잘키운 마스코트 하나가 열아들 안 부러운 셈이다. 구마몬은 지진의 고통과 충격에 놀랐던 어린이들을 달래주는 정신적 치유효과도 만만치 않았다. 

일본 구마모토시 곰 캐릭터 '구마몬'./사진=구마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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