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인철기자
  • 입력 2017.03.07 09:00

[뉴스웍스=최인철기자]일본 전국통일의 주인공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원숭이’로 불렸다. 일본 원숭이 특유의 날렵함과 생활력을 빗대면서도 조그마한 덩치를 얕잡아보던 주변의 경쟁자들이 '비하' 차원에서 지어준 별명이다. 

히데요시는 이같은 비웃음을 감수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가신들에게 항상 따뜻한 배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히데요시는 결국 모두를 제치고 비천한 출신에서 전국통일의 영웅으로 자리잡는다. 일본 원숭이의 대표적인 특성을 빼닮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보통 원숭이는 주로 열대지방에 사는데 반해 일본 원숭이는 가장 북부지방에 살고 있는 ‘아주 별난 원숭이’다. 일본에서도 혹독한 추위로 유명한 동북부 지역 아오모리 일대의 원숭이들은 온천을 찾아 즐기며 겨울을 날 정도다. 

일본 원숭이는 30∼150마리가 무리지어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뚜렷한 위계질서를 갖춘다. 다른 포유류들에 비해 가장 많은 수의 무리들을 이끌다 보니 원숭이 우두머리들은 힘뿐만 아니라 지혜로 조직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인다. 군사와 정치력을 겸비하는 모습이 마치 인간과 진배없어 보일 정도다. 심지어 남의 새끼를 돌보는 공동 육아까지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본내 가장 유명한 원숭이는 닛코 ‘도조구’에서 만날 수 있다. 에도막부를 세운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묻힌 ‘도조구’내의 신사 마구간에는 세 마리 원숭이의 8개 부조그림이 조각돼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귀를 가린(듣지도), 눈을 가린(보지도), 입을 가린(말하지도 말라)’ 원숭이 그림들이다. 일명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 벙어리 3년’ 가르침으로 난세의 처세술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에서 살아남기란 무척이나 힘든 일인가 보다. 

도조구의 원숭이 조각./사진출처=jinja-tera-gosyuin-megu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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